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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개인적으로 소설책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다. 너무 책을 한 분야만 보면 좋지 않다는 주변의 충고를 듣고 1월에 친절한 복희씨를 시작해서 2월에는 공중그네를 3월에는 눈먼자들의 도시를 매월 볼 책을 사면서 소설책을 한 권씩 끼워 넣었다. 물론 친절한 복희씨나 공중그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내려 놓기가 싫을 정도로 책에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이 책을 쓴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생으로 86세인 할아버지이고 위에서 언급한 친절한 복희씨를 쓴 박완서 작가는 1931년 생으로 77세인 할머니이다. 이분들을 일컬어 우리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라고 말한다. 정말로 대단한 정열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교해서 좀 다른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 책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없다. 하나도……
둘째 이 책에는 사람들의 말이나 인용 같은 것에 부호가 없다.(‘’, “”) 지문 같은데 읽어보면 사람의 말이고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처음엔 거슬렸는데 끝까지 읽다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책 제목이‘눈먼자들의 도시’라 해서 실제로 눈먼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뭔가를 비틀어서 쓴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그럼 눈먼자들은 누구를 가르키는가? 내가 보기에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를 포함한 현대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서 표현되어 있는 모든 상황들이 현재시대와 뭐가 다른가?
정부의 무책임한 지도력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
본인의 의지는 눈꼽만큼도 없고 상급자의 명령에만 따르는 상사와 군인들의 행동
최악의 상황 에서도 자신만 살겠다고 설치는 깡패들의 행동
깡패들의 행동이 못 마땅 함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몸을 파는 여인들의 행동
자신의 부인이 혹은 딸이 당함에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남자들의 행동
소수의 성모 마리아 같은 여인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묘사된 상황이 현실이라면 이 보다 더 큰 재앙은 없을 것이다.
전쟁이나 일반 전염병은 비교도 안될 만끔 끔찍한 상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