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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평점 :
달은 해와는 다르다.
해보다는 밝지 않아 어둠을 지울수는 없지만, 달은 어둠속에서 밝게 비취는 은은한 빛이다.
해는 마주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지만, 달은 밤새 마주보고 있을수 있을 정도의 빛이다.
해는 그 모습이 바뀌지 않고 항상 둥글지만, 달은 매일매일 자신의 모습을 바뀌어 간다.
그래서, 인류는 달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고, 달이 차고 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논하곤 했다.
이 달빛 미소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폴 베르튄의 일생이자, 폴 베르튄의 달이었다.
브르타뉴지방의 시골 사르조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폴.
시골에 있는 의사와 신부 그리고 엄마를 처음 인생에서 대면한다.
그의 아버지는 밀밭에서 일하느라 뒤늦게 아이를 보게되고, 아이 탄생의 신비로움보다는 그저 고단한 삶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폴에게는 큰형 자크와 둘째형 귀이 그리고 막내형 피에르가 있었다.
즉 그는 4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것이다.
아버지가 임대한 밀밭의 예비 일꾼으로 태어난 것이지만, 폴은 몽상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미소가 가득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아버지는 게으르고 형편없는 아이로 못마땅해했고, 그가 좀더 집안에 도움이 되길 바랬다. 그렇게 아버지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게 될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새로 뜬 달은 보잘것 없이 초라했지만, 폴은 선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전쟁이 일어나면서 폴은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가 초라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와중에 사랑인 마틸드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폴의 인생은 꿈과 사랑과 좌절과 희망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폴 베르튄의 인생을 "새로 뜨는 달",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그려냈다.
"새로 뜨는 달"은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밀밥에서 일하고, 전쟁을 겪고, 게르하르트 샤페르 독일 장교를 만나고, 마틸드를 사랑하게 되고, 토르시 부대에 가기까지가 담겨져 있다.
"초승달"은 토르시 부대에서의 생활, 독일장교의 딸 카트린을 찾아가고, 결혼하고 선원이 되기까지가 담겨져 있다.
"반달" 배 선원 생활과 마리아와의 만남 그리고,1965년 7월 17일 인도양으로 향하는 배안에서의 일들이 담겨져 있다.
"보름달" 구조된 후부터 아름다운 만남과 슬픈 이별 자신의 일대 숙제를 풀어내려는 과정이 담아져 있다.
한 남자, 폴 베르튄의 인생이 달과 함께 흘러간다.
그의 인생의 마지막이 상현달이 아니라 보름달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보름달을 상상할 것이다.
비록 폴 베르튄의 생처럼 전쟁을 경험하고 선원이 되고, 여행을 하는 삶은 아니지만, 누구나 자신의 보름달이 있을수 있다.
그것이 가정을 이루는 것일수도 있고, 소원이 이뤄지는 것일수도 있다.
과연 우리의 달은 언제 보름달일것인지...
그리고, 폴 베르튄의 생처럼 안주보다는 자유를 선택한 삶이 어떤 모습일지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루하지 않게 쓴 문체와 다양한 폴 베르튄의 삶이 소설을 즐겁게 읽어낼수 있는 힘이었따.
아쉬운 것은 카트린의 삶이었다.
그녀의 삶을 좀더 알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