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
정정화 지음 / 연암서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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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는 집> 은 10개의 단편 소설이 묶인 단편집이다.

10편의 단편이 묶여 있음에도 24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책은 꽤 빠르게 읽을수도 있었고, 가독력도 나쁘지 않은 소설들이었다.

정정화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꽤 묵직하게 눌러쓰는 느낌의 소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10편의 단편들은 모두 약자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어느 누구도 잘나지도 못했고, 잘나가지도 못했고, 남들과 다른 멋진 삶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서로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한편도 아니라 10편을 꾹꾹 눌러 써내려갔고, 그것을 이렇게 소설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뚝심같은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왜 이런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작가가 어떤 대안이나 희망을 함부롤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저 마치 누군가의 일기인양 그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같은 인생을 살아갈 뿐이었다.

그래서, 10편의 짦은 단편임에도 책을 읽으면서 다음편으로 넘어가는 내내 맘이 무거웠고, 책을 읽는 나역시 무거운 맘을 눌러가야만 했다.

읽는 내내 이런 마음이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한편도 아닌 10편을 썼는지 궁금해진다.


10편의 단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소설은 <쿠마토>이다.

최약층중에 하나인 이주여성, 그 여성을 새엄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아이, 그리고, 아내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촌의 한 남자.

쿠마토 온실의 후덥하고 답답함이 확 다가오는 이야기였고, 모든 책을 덮고나서도 터져가는 쿠마토에 물든은 것처럼 강하게 맘에 남는 작품이었다.

단편집 제목을 <쿠마토>로 하였으면 좀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사는 집>은 제목만으로 이 단편 소설집에 대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제목이 아니었고, 제목만으로 느끼는 호기심이 이 단편 소설집의 분위기를 연결시키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내가 읽는 책 제목 <고양이가 사는 집>만 보고 흥미를 가졌는데, 그 흥미가 전혀 이 소설집의 분위가 맞지 않았고, 나역시 맨 처음 제목만 보고 생각한 느낌도 같았기 때문이다.

<쿠마토>는 다른 단편 소설들의 제목과 비교해서 제일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집을 읽고나서 가장 강하게 와닿는 소설의 제목이라서 <쿠마토>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최약층의 삶에 대해 최근에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인류애를 위해서 등등 최약층에 대한 대책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경제원리와 사회적 손실 및 개인적 손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작가가 무겁게 꾹꾹 눌러 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은 그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같은 차원에서 우리도 그들을 완전 구제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들이 너무 지쳐 힘들어 쓰러질것 같을때 작은 물 한잔, 뜨거운 햇살을 피할수 있는 작은 쉼터 한곳 정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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