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82세 할머니의 따뜻한 여정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이 소설의 제목이 모두 하나같이 이름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이 책 제목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에타는 82세 할머니로 치매로 인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중이다.

이런 할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황당하게도 캐나다의 동쪽끝 바다를 보고 오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도보로 여행을 시작한다.

오토는 그런 황당한 여행을 시작한 할머니 에타의 남편이다.

이 황당한 편지와 걱정되는 마음에도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기로 한 용기(?)와 배려(?)있는 할아버지이다.

러셀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로, 그는 에타가 여행을 떠난 것을 알고 오토바이를 타고 에타의 뒤를 쫓는 순정파 할아버지이다.

제임스는 에타의 조카 이름이 될뻔 하기도 했지만, 제임스는 사람이 아니다.

제임스는 에타의 눈에만 보이는 코요테로서 에타의 여행을 함께한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로 들리기는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황당한 출발과는 달리 진행은 너무나 로맨틱하다.

특히 에타와 오토 그리고, 러셀의 이야기가 편지라는 형식에 담겨있는 것이 매우 로맨틱하다.

현대 시대에서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 존재를 오리무중인 편지의 형식이 이 소설의 큰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

나도 아마 카드는 생일카드로 자주 쓰는 편이지만, 편지는 언제 썼는지 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이 골동품적인 느낌이지만, 가장 낭만적이고 가장 설레임이 가득한 방식의 편지로 에타와 오토 그리고, 러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읽는내내 편지를 썼을 사람의 고민과 고뇌가 느껴지고, 그것을 받아 읽었을 당사자의 설레임과 흥분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점점 최신의 기억을 잃어가면서 과거의 기억이 또렷하게 살아나는 에타의 모습이 편지와 겹쳐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힘든 전쟁의 시절을 겼으셨다.

점점 그분들의 시대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 소설은 이렇게 사라지는 세대의 이야기를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노인과 노인세대들이 남긴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아름답게 현 세대의 사람들이게 그들을 기억할수 있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내가 어릴적에는 ~~"라는 곰팡이냄새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동화같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뭉클하게 다가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삶이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책을 읽고나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빌려주었을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변치않는 사랑과 우정, 그 따듯함에 한껏 취했다.

책을 읽고나서 이 소설을 쓴 작가를 살펴보았는데, 엠마 후퍼라는 작가겸 뮤지션이었다.

그녀의 예술적인 감각과 감수성이 작품에 녹아든 소설인거 같다는 생각에 엠마 후퍼의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아쉽게 찾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어보니 그녀의 음악또한 이와 같을 거라는 예상을 할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감수성 높은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타처럼 좋은 우정과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매우 부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