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ㅣ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내가 지하철을 처음 탔을때의 곤혹스러움이 있다.

고향에서 버스를 이용하다가 서울에 올라와 지하철을 처음 탔을때를 기억한다.

고향은 광역시였지만, 내가 타는 버스는 5일 장이 열릴때 장을 가는 버스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탔고 항상 버스는 소란스러웠다.

좌석이 없는 버스에서 큰 다라이 (대야라는 말보다 할머니들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옮김)를 거꾸로 뒤집어서 앉아있는 할머니도 자주 보았고, 싸움구경도 가끔했다.

그런 곳에서 처음 서울에 와서 지하철을 타고는 낯설고 무서웠다.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떠들거나 웃는 사람이 없이 모두 무표정했기 때문이다.

직장을 구하고 서울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왜 무표정한지, 그렇게 핸드폰만 보는지 직접 그 속에 속해보면서 이해했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나에게 삭막한 곳으로 인지된다.

만약 그런곳에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에서 처럼 펭귄이 탄다면 어떨가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지옥철이라서 펭귄도 푸쉬맨에 의해 타야하나? 아니면, 펭귄이 다리사이를 지나갈때 놀라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다들 핸드폰에 빠져서 펭귄이 돌아다니는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지 등등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에서 마지막 정거정에는 통칭으로 분실물 센터라고 불리는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가 있다.

지하철도를 이용하면서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로 그곳에는 빨간머리로 염색한 모리야스 소헤이가 펭귄을 돌보면서 근무하고 있다.

이 책 구성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하나의 장소인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와 펭귄을 보고 소헤이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모두 4편의 이야기가 있으며, 마지막은 소헤이를 찾아오는 부모님인 준페이와 스즈에로 구성되어 있다.

이부분은 서평에서는 소개를 빼고 책을 읽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소 쿄코의 이야기로 자신의 메신저 가방을 분실하여 분실물센터에 연락을 하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과 이별하고 홀로 설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두번째 이야기는 고등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 겐의 이야기로로 자신이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분실물 센터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부적같은 물건의 주인공인 마히로를 만나게 되고, 스스로 버려버린 자리에 대한 성찰과 '내가 설수 있는 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가정주부로 무능하게 살아가던 지에가 우연히 주운 임산부 마크가 달린 체인 홀더 때문에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서 지에의 맘속에 있던 떠밀려 결정했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어느정도의 소설의 느낌을 캐취할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펭귄이 있어서, 그리고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에서 근무하는 빨간머리 소헤이의 등장에 조금은 다른 프레임의 구성이나 이야기 방식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솔직히 책을 다 읽고나서는 조금 예상되는 정도의 이야기라서 사실 살짝쿵 실망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전혀 재미없거나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치 예상되는 음식을 먹은 느낌이어서 새로움이나 신선함이 떨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류의 책을 읽으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바쁜 일상의 저 뒤편에 깊숙히 감쳐두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신선함과 새로움은 없지만, 마치 할머니집 온돌방 같은 따스함이 남는다.

이런 소설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기에 자주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 역시 친구에게 추천해 읽어보라고 제안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