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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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평점을 준다는 것이 좀 죄스럽다.

그냥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담담히 적은 것인데, 그의 삶을 살아보지도 않고 그의 책과 글을 평가한다는 것이 왠지 모순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서평에서 이번은 평가를 빼고 쓰려고 한다.

  

학교를 다니던 건강한 아이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 조퇴를 하고 팔다리가 안으로 말리면서 결국 12살의 나이에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어느날 마틴은 16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목소리와 턱수염을 깍아줘야 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식이 깨어났다.

16살 생일 선물처럼 의식이 돌아왔지만, 그후로 9년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그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것을 가족도 주변에서도 알아채지 못했다.

스스로는 움직을수 없는 감옥같은 몸속에 갇혀서 9년이라는 세월을 지냈던 것이다.

내가 본 9년은 악몽같았던 기억이었다.

깨어났다는 기쁨보다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두려움과 좌절 그리고 공포속에서 마틴은 살아간 것이다.

더구나 움직이지 못하고, 보기에는 전혀 호전조차 보이지 않는 남자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마틴의 아버지는 어떠한 고난과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마틴의 곁에서 그를 지키면서 보낸다.

하지만 엄마의 경우는 남은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담감과 아들 마틴의 상황을 호전시킬수 없다는 좌절감에 그의 아들에게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기까지 이르렀고, 그리고 자살시도도 하였다.

그렇게 마틴과 마틴의 가족에게는 매우 힘든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천사같은 버나가 찾아오게 되고, 그녀는 마사지를 하면서 유일하게 마틴과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었고, 결국 그녀는 마틴이 의식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로부터 마틴에게는 변화가 생겼고, 컴퓨터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이로인해 점점 조금씩 운동신경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담담히 자신이 겪었던 의식이 있는 식물인간의 삶을 이 책에서 조용히 구술하고 있다.

엄마의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게 되었던 것,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때문에 싸우는 것, 할머니의 죽음을 지켜봤던 것등 많은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봄센터에서의 추악하고 이해할수 없는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도 진술하고 있었다.

범죄인 강제적 성폭력과 성추행, 언어폭력 및 신체적 폭력까지.

가장 약한 장애인인 마틴에게 가해지는 가장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그 끔직한 기억에 억매이지 않고 앞으로 느리지만 의미있는 전진을 하게 되면서, 그는 결국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찾아온 선물로 마틴은 그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잔혹함과 나약함을 잘 알지만, 반대로 그의 선택은 가장 빛난 희망과 끊임없는 전진이었다.

"힘들세요. 마틴을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는 말하고 싶다. "힘든게 인간사입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움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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