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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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이란 '회화나 설계도 등에서 투시하여 물체의 연장선을 그었을때, 선과 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두산 백과 사전)

즉 평면 또는 입체적인 물체가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게 되는 그 지점이 소실점인 것이다.

출처기계공학용어사전, 기계공학사전편찬위원회, 1995. 3. 1., 한국사전연구사

 

책을 읽고 나니, 이 책 소설의 내용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소실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근감을 더하고 결국 점으로 소멸하는 지점이 소실점이듯 그 모습이 소설속의 인물 최선우와 서인하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며느리, 잘 나가는 외교관 박무현의 아내, 유재석 다음으로 전 국민이 아는 유명세의 아나운서인 최선우가 목이 이상하게 꺾인채로 서인하의 집에서 알몸으로 발견된다.

서인하는 최선우의 죽음에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체포되고 이를 강주희 검사가 담당하게 된다.

소설에서 최선우의 실체적 등장은 딱 2번 뿐이다.

죽음을 중심으로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과 죽음이 일어나기 전이다.

맨 앞부분과 소설의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만 최선우는 실제 등장하는 것이다.

소설은 최선우의 죽음에서부터 출발하여 유력한 용의자 서인하의 진술과 그를 조사하는 강주희의 두뇌와 심리싸움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최선우의 실체적 등장은 두번 뿐이지만, 최선우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선우는 누군가가 진술하는 모습으로 계속적으로 등장한다.

서인하가 알고 있는 최선우, 남편 박무현이 알고 있는 최선우, 최선우의 지인들이 진술하는 최선우, 그리고, 강주희가 생각하는 최선우로 소설내내 중심은 최선우이다.

그러나 진술된 최선우의 모습이 서로 완전히 달랐으며, 이 서로 다른 모습속에서 사건은 미로속을 헤매게 된다.

특히 강주희 검사는 서인하의 진술 태도에 혼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결정적인 물증을 찾아내게 된다.


소설을 읽고 나니 묘하게 내 주변의 상황과 비교되는 맥락이 있어서 뭔가 씁쓸함이 입에 남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것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이며, 얼굴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거나 오히려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의 의도대로 가면을 써야하는 상황들이 들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내 주변상황이 특히 그러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면을 써야하고 결국 그 가면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지 여부를 떠나 한 인간의 능력치와 결부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가면을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서 마치 중국의 변검쇼를 하듯이 바꿔쓸수 있는 사람이 능력있고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치부되고 인정받고 승승장구한다.

요새 가면을 쓰는 것도 못하고 실제 가면조차 없는 나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1000% 감정이 드러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에게 사람들은 "순진하다 = 무능하다" 이야기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고나니 참 묘하게 씁쓸했다.

최선우 뿐만 아니라, 최선우의 남편 박무현, 최선우의 살해 용의자 서인하, 그리고 검사 강주희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가면속에서 자신과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

그 가면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주인공들이 가면을 벗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소실점'이었다.

과연 실제 현실에서도?? 난 단연코 아니라고 보며, 이런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실점으로 달려간 주인공들이 그들이 가면속에 완벽 적응하지 못한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측은지심이 들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소리와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소리에 의지를 갖고 행하는 것일까?

솔직히 가면을 쓰지 마세요 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못쓰는 나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가면을 쓰던 쓰지 않던,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는 귀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무거운 가면의 무게에 사라지는 것보다는 가벼운 가면의 무게 속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거라는 개인적 생각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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