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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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번째 든 생각은 염소를 이해하고 싶어서 염소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고릴라, 침팬지, 조류 등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학적, 행동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그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대표적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들) 염소가 된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가는 동물 생태학 등의 동물학 박사이거나 사진작가들로 그들의 연구나 관찰의 기록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력을 보고 내 예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작가 토머스 트웨이츠는 경제학과 생물학을 공부하였지만, 엄연히 디자이너였고 TED강연도 하고 전시회도 참가하는등 꽤 알려진 유명 디자이너였다.

이 약력을 읽고나서는 다소의 의아함과 함께 디자이너인 그가 왜 염소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읽고나면 작가뿐만 아니라 책의 구성에서도 상당히 예상과 다르다.

난 토머스 트웨이츠 작가가 염소가 되고나서 염소 무리에서 살아가면서 지내는 이야기가 주가 될지 알았다.

그러나, 내가 기대한 내용은 닥 1/5뿐이었고, 실제적으로 염소 무리에서의 생활 이야기는 10페이지 미만이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즉 4/5이상의 내용은 작가가 염소프로젝트를 하게된 배경과 대상인 염소를 정하고 이해하는 과정과 염소가 되어가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꼭 미리 이런 책의 구성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염소가 되고 난 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면 책을 읽고나면 허무하게 생각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냉 토머스 트웨이츠의 염소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들인 시간을 같은 비율로 책에 담아놓았다고 볼수 있다.

그리고, 염소 프로젝트는 염소 무리에서의 생활보다는 염소의 몸 형태를 빌려 인간이 알프스 산을 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할수 있다.


책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끝내고 백수상태로 돌아가 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던 작가가 웰컴 트러스트에 제안했던 코끼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다.

무료하고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약간의 슬럼프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때, 웰컴 트러스트에 제안했던 코끼리 프로젝트에 선정된다.

그러나 그는 제안할 당시와는 다르게 코끼리에 대한 매력을 잃어버렸고, 다른 동물로 진행하려고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그 덕분에 다소 황당하게 스칸디나비아 주술사 아네테를 찾아가 염소라는 화두를 받게 되고, 곧 이어 퀸메리 대학교 염소행동전문가 앨런 맥 엘리콧박사를 만나 염소프로젝트로 변경하게 된다.

이후 코끼리 프로젝트는 염소 프로젝트로 바뀌게 되고, 참 여러 전문가들들의 도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 신기한 것은 영국에서 이런 황당하고 엉뚱한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코끼리로 살아보기라는 다소 황당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코끼리 프로젝트가 염소 프로젝트로 바뀌어도 지원해주는 웰컴 트러스트의 운영이 매우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프로젝트를 제안해도 선정과 지원까지 이어질 곳이 있을까?

아마도 미치광이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창업이라는 명백한 수익모델이 있어도 지원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코끼리 프로젝트던지 염소 프로젝트던지 선정이 있을수도 없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놀라운 점은 수많은 전문가가 그의 황당한 염소 프로젝트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염소 행동전문가, 버터컵 염소 보호소, 구조 동작 연구 박사, 초식동물 생태계 연구박사 등 동물과 관련된 박사나 교수뿐만 아니라, 의수족 클리닉 박사, 의수족 기술가 심지어 신경과학 언어 박사까지 그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과 교수들이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고, 순수하게 오픈마인드로 이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비록 책에 기대했던 염소가 된 후의 부분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흥미진진하고 엉뚱한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황당하고 문제투성이었던 프로젝트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점점 확신차고 과학적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프로젝트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매우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해지는 나라가 되길 꿈꾸며 책과 함께 염소프로젝트로 여행을 떠나볼만 하다고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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