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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흔적>을 모두 읽고나니, 이 소설은 참 일본소설 같으면서도 일본소설답지 않은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적>은 단편집으로 모두 <불꽃>, <손자국>, <반지>, <화상>, <비늘>, <음악>의 제목을 지닌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6편 한편한편 구성이나 소재가 딱 일본소설이 가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흔히 볼수 있는 이야기들의 전개, 캐릭터 이야기의 구도가 일본소설의 느낌을 확실히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6편을 모두 읽고나니 일본소설에서 느끼기 힘든 묵직함 같은 무게감이 느껴져서 한국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6편이 관통해내는 커다란 주제가 책을 덮은 후에도 생각하게 되었고, 마치 한국소설에서나 볼수 있는 책을 덮은 이후에 생각하는 고민이 되는 작품이었다.
<흔적>은 6편이 모여있는 단편집이고 모두 남녀가 등장한다.
<불꽃>이라는 단편은 불꽃이 발화하여 모닥불을 지피는 그런 불꽃같은 사랑이 아니라 마치 불꽃 놀이처럼 하얗게 밝히고 사라지는 불꽃같은 사랑을 다룬다.
안정된 동거 끝에 결혼을 선택한 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 다가온 불꽃놀이 같은 불꽃 남자가 다가온다.
<손자국>은 자살한 상사와 그의 행적을 쫓으면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살한 상사의 손자국을 보면서 그의 전처를 밟아가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는 한 가장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반지>는 일상에 넞어 살아가던 한 가정ㅈ부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고 그남자를 찾게 된다.
이런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남편을 보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 만난 남자의 욕망을 버릴수도 없는 한 여인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화상>은 편부에 의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한 여자아이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마음에 상처대신 새겨진 몸의 상처가 안쓰럽게 다가왔고 사랑을 갈망하여 찾아 헤매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비늘>은 한 대학생과 그의 집에 동거, 즉 잠만 자는 한 가출소녀의 이야기이다.
사랑에 상처받기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갈망하는 소녀와 사랑에 주춤하고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대학생의 서로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 <음악>은 한 여자의 사랑하는 이를 향한 끊임없는 기다림을 다룬 단편이다.
금붕어 선물을 계기로,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감옥에 갖혀있는 금붕어 신세와 같음을 깨닫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소설은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관통한다.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익숙함인지 아니면 낯설고 설레임인지, 완전한 것인지 불완전한 것인지, 상처인지 아니면 위로인지, 정신적 관계인지 아니면 육체적인 관계인지, 질문을 던진다.
결혼한다고 모두 사랑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생선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생선 비닐을 제거해야만 하지만, 미처 못 벗겨낸 비닐을 가진 생선으로 요리를 해도 맛있게 먹을수 있는 것 처럼, 비록 미숙하고 불완전하고 상처주는 사랑이라도 사랑이며 그 모든것을 극복할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과연 우리는 이들중에서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이 단편 소설집인 <흔적은> 구성적인 면에서 단편이지만 단편같지 않은 구성을 갖고 있다.
이런 구성은 다양한 시각에서 사랑을 바라볼수 있어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소설의 이야기는 보통이었으나, 구성면에서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이런 구성적인 요소가 전체적인 소설의 주제를 강하게 이끌어 간다고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