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 -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김혜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거의 월 2회정도 기차를 탄다.
기차역에는 어김없는 풍경이 있다.
술취한 노숙자와 그들에게 나는 쾌쾌한 냄새.
어쩌다 술취한 노숙자들끼리 싸움이 붙거나, 술취한 노숙사가 행패를 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난 멀리 떨어져서 피해간다.
사실 그들은 사회에서의 낙오자이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이 두렵고 무섭다.
이런 그들을 다룬 하나의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중앙역>이다.
 
이제 막 노숙자의 삶으로 들어선 한 젊은 사내.
자신의 전부이자 자신을 보호할수 있는 유일한 캐리어를 잃어버린다.
전부인 것을 빼앗아간 나이든 여자가 사내에게 다가왔고 서로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아직 일할수 있고 젊음을 가진 사내는 여자와 그저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의지한다.
그들의 입으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들의 관계는 분명 사랑이다.
철저히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거리의 삶을 선택한 사내이지만, 다시 병든 여자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김혜진 작가의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작가였다.
우리가 피해가고 외면했던 또하나의 사회속의 사회인 노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는 왜 다뤘을까?
쾌쾌하고 삶을 낭비하는 그들의 삶에서 나이든 여자와 한 젊은 남자의 사랑을 왜 그린것일까?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사랑의 주체들의 삶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루하고 가장 초라했다.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선택한 그들이지만, 다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살아간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매우 담담하게 김혜진 작가는 풀어나간다.
 
소설을 읽어나가는 매순간 불편했다.
마치 노숙자를 보는 느낌과 비슷했고, 사내와 여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그러나 작가 김혜진은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희망이나 불행이라는 선택보다는 그저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래서 더욱 불편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 김혜진 작가는 분명 사랑을 이야기했다.
사회의 낙오자라 불리는 노숙자들의 삶속에서 그것도 병든 여자와 젊은 사내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문체나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했지만, 작가가 선택한 소재는 사랑이었다.
이 굉장히 다른 방식의 선택들이 매우 독특한 소설을 만들어냈고, 그래서 많은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지 않았나 싶다.
 
분명 아름답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냉철하고 냉정한 이야기속에서 작고 희미한 사랑이라는 빛이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새로운 작가의 만남이라서, 다음 작가의 선택이 기대되면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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