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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평점 :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항상 아프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될때마다 나는 작품을 외면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다시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손에 들고 읽고 있은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읽지 못한 새 책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때마다 난 번번히 책을 읽게 되는 중독에 빠진다.
내가 왜 이리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지 살펴보면, 향수이자 그리움인거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던 내게는 항상 두분의 삶은 그리움과 궁금증이 들었다.
태산같던 그분들에게 어린시절이 있었음은 상상불가였다.
그러면서도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일정시대를 거쳐, 전쟁 그리고 독재와 민주화시대.
이 시대를 살다가신 두분은 나에게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진 않았다.
그저 친척분들이 일정시대에, 6.25,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독재에 많이 희생당했다는 것만 어렴풋이 들었다.
산의 피난가시고, 일본군에 끌려가시고, 공산당에 쫓기시고....
여러가지 고초를 겪으시면서 살아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도인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분들에게서 듣지 못한 이야기를 난 조정래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렴풋이 흔적들을 찾아간다.
그래서, 난 매번 조정래 작가님의 아픈 한국사 소설에 빠지는거 같다.
이번 작품 역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의 세대적 아픔을 통틀어서 담아내고 있었다.
이 책에는 8편의 작품들이 있었다.
일부는 중편소설이었고, 일부는 단편소설이었다.
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장편소설이 도리만한 소재임에도 중편 또는 단편으로 소설이 만들어지게 된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난 오히려 중편소설, 단편소설이어서 더 좋았다.
물론 장편소설로 탄생하면 더 멋진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절제된 감정선과 간결한 묘사가 더 예리하고 날카로운 슬픔이라는 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과 아픔을 느낄 여유가 생겼고, 그래서, 더 깊게 각인되는 효과를 나타내었다.
간암으로 죽어가는 한 대기업 간부의 삶.
아파트 투기에 집과 삶까지 잃어버린 세아이의 엄마.
대기업내 권력다툼에 소름돋는 기획부장 대리.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인쇄소 사장의 고향방문기.
가난에 상처입고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태시운전기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나 수치심과 모멸감을 감당해내기 위해서 애쓰는 한 여인.
눈을 잃은 아내와 그의 곁에서 슬퍼하고 후회하는 남편.
아이를 고아원에 맡겨야 하는 한 영감의 모진 삶.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아픔이라서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껍질의 삶"에서 기업내의 암투는 현재에도 존재하지만, 그 암투가 과거의 우리 아픈 역사를 닮았다는 점에서 솔직히 역겹게 다가왔다.
아직 내가 그런 위치가 아님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씁쓸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세대는 이 세대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 세대는 어떻게 살아가야 다음 세대에게 떳떳할 것인가?
무엇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가난, 성공, 선택 그리고 삶.
각 작품들은 나에게 많은 질문과 고민을 던져주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세대적 아픔과 고민에 같이 공감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