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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양갈래 머리를 묶은 소녀가 안개가 낀듯한 곳을 향해 무언가를 응시하는 표지는 가슴이 시리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부제 "카밀라"는 카밀라라는 이름자체만으로 마음이 아프게 한다.
이 소설은 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소설가의 이름만 듣고 책 소개를 보지 않고도 읽는 책들이 몇개 있다.
김연수라는 작가는 그만큼 세글자만으로도 그만큼 나에게 책을 읽고싶게 만드는 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무조건 읽고 싶었다.
소설은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입양간 한 한국태생의 소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밀라 포트만, 그것이 그녀의 미국 양부모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카밀라, 동백꽃의 영어 이름인 카밀리아에서 따온 이름.
이 이름만으로도 왠지 그녀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카밀라는 많은 입양아들이 겪는다는 방황을 하고 있었다.
자신과 피부 상태가 다른 부모에 대해서 남모를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그의 양부인 에릭이 연락하게 되면서 그녀의 꼬여있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에릭이 보내준 페덱스 상자 6개 속에 남겨진 그녀의 과거.
그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책을 한권냈고, 결국 그녀는 그녀의 남자친구 유이치와 함께 한국의 진남으로 향한다.
이 책은 수많은 이야기와 시점들이 충돌해 간다.
하지만, 큰 흐름은 카밀라, 한국이름 정희재가 자신을 낳은 어머니인 열일곱의 정지은을 찾아나선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사건들이 충돌하고, 갈등들이 들어나고 사라진다.
김연수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지 매순간 긴장하면서 읽어나갈수 밖에 없었다.
특히 시점이 바뀌는 2부는 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이 정희재임을 알게 된 이후 정희재와 카밀라의 중간을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3인칭 시점에서 "너"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점은 더 절절한 갈등을 표출하는 것 같았다.
김연수 작가는 이런 점에서 매우 영리하게 주인공과 사람들간의 심리적인 갈등과 방황을 한번에 보여주기 보다는 에둘러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시 김연수 작가의 신간을 앞뒤따지지 않고 읽게 하는 매력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고나니 난 가슴이 시리다.
바람과 같은 소문, 그 바람이 만들어 내는 파도와 같은 시련, 파도에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물거품. 바람, 파도, 물거품 이 모든것은 알수 없는 깊이를 가진 바다에서 생성된다.
책 표지의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바다였던 것이다.
커다란 그 심연을 알수 없는 태평양을 건너 정희재를 만난 카밀라.
진남여고에서 시작하여 깊은 바다속에서 기억에 조차 없는 자신보다 어린 엄마를 만난 정희재
바람과 같은 소문이 두렵지 않았던 정은지.
그들의 이야기는 마음 깊은 울림과 슬픔을 꺼내게 하였다.
파도를 보고 바다를 판단할수 없듯이, 우리는 부는 바람에 흔들려 누군가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지 못하고 만다.
누군가의 실제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바람과 같은 소문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다가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카밀라가 정은지와 정희재를 만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