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 인물들이 추리소설속에서 살아난다.

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이 책은 <훈민정음 암살사건> 김재희 작가의 작품이라서 읽어보고 싶었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번 기획은 기존에 비교 대상이 없는 소재라서 기대감이 더했다.

책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개인적으로 이해불가인 작품을 만든 이상이 등장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구보 박태원이라는 소설가도 등장한다.
이 두명이 마치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주인공인 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의 구도를 이룬다.
이상은 셜록 홈즈에 가까웠고, 구보는 닥터 왓슨에 유사하였다.
"왠 소설가들이 탐정놀이지?"라는 의아함이 들것이다.
사실 명확히 이해되지 않았으며, 작가도 염상섭이라는 문인의 설명으로 간단히 마무리한다.
돈이 필요했던 이상과 구보가 연재소설이라도 의뢰받기 위해 구인회에 가입하기 위해서 탐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상과 구보라는 소설가를 추리라는 낯선 세계에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이기에 접어둔다.

이상과 구보가 해결하는 이야기는 모두 7개이다.
이 9개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단편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식인인척 하면서 헛개비일뿐인 찌질이 조선 청년들, 조선의 정신을 말살시키려는 일본,
유구한 역사속 문화유산을 침탈하려는 일본,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들의 아픔이 담겨져 있었다.
가장 급변하는 시대였고, 나라를 잃은 아픔의 시대였고, 유교와 사대부로 대변되던 조선의 유교문화와 서양 문물이 충돌하는 시기였다.
그 시대의 모습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묘사해 7가지 일화에 녹여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나 반전 등보다 이런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반대로, 스토리의 구성과 추리소설만의 매력인 추리과정과 반전이 좀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추리소설은 범인의 윤곽이 좁혀가는 긴장감이 필요한데, 개인적으로 범인의 존재가 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음 이랬구나"정도이지 "우와 놀랬는데"라는 무릎을 치는 반전은 빈약한 느낌이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빈약한 지식이 문제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이 실존인물인지 모르고 책을 읽었다.
만약 알았다면, 아마도 더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구인회라는 단체도 실존 단체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었다.
역시 공부는 열심히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한국 근대사와 관련 인물을 잘 아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좀더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장점이 많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세밀한 시대적 묘사와 상황설명은 공부+흥미를 이끌어냈다.
또한 그냥 이상한 작품을 쓴 작가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좀더 친밀한 이상을 만들어 주었다.
증조 할머니 또는 고조할머니들이 살으셨던 조선식민지 시대에 대해 조금더 알게 되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개인적으로 한국판 그것도 조선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추리소설로 기억될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