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리멸렬함을 날려버리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이 책이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단 모집을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고 행운이 나에게 왔다. 
그런데 진짜 행운은 이 책속에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평범하고 지루한 삶이 조금 따뜻해졌다. 
무엇보다 나와 우리를 닮아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진정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나름 독특한 느낌을 준다. 
다른 책들에서 주는 긴장감을 위해 일어날 것같은 사건은 이미 일어난 후이다.
주인공 역시 뭔가 다르다. 
가장 화려하고 잘 나아가던 시절을 잃어 아르바이트에 전전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삶이 지지리 궁상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에게 연민보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다 못해 등장 인물 모두 지루하고 고된 일상에 지쳐가는 인물들로 우리의 주변인물 같았다. 

주인공은 잘 나가던 컨설턴트였다. 
그러던 어느날 진주라는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바닥인생으로 추락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추락후이다. 
추락한 주인공은 고시원에서 살다가 노숙자 신세가 되기도 하고, 개를 산책시키고, 불판을 닦고, 역할 대행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야기는 지낸다.

가장 공감이 안되면서도 가장 화가났던 장면은 주인공의 바보같은 행동이었다. 
진주를 우연히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도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기는 커녕 오히려 숨어 버렸다.

이런 바보같은 행동이 왠지 매번 후회하고 한심스러워하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어보였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황금같은 기회가 찾아들면서 제2의 서막이 시작된다.

이상은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남겨둬 꼭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높이 평가하게 된것은 바로 평범한 소재와 인물들 속에서도 가독력좋은 소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화려한 사건구성과 반전도 없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도 없고, 커다란 갈등과 반목도 없는 평범함 속에서 이런 진주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점은 전민식 작가의 내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판타지 소설류를 선호하는 나로서 이런 구성과 소재가 이렇게 쉽게 읽히고 재미있을줄 예상치 못했다.

오리혀 이런 평범성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이끌어 냈으며, 평범히 살고 있는 나에게도 도피가 아닌 왠지 따스함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이런 면에서 10전 8기의 작가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결실로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난 작가 전민식.
또다른 대형작가의 등장을 기대해 봄직하다.
앞으로 나올 그의 또다른 신작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