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판위에 놓인 학교, 세인트오즈월드

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책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체스판위에 묵직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건물이 놓여있다.

바로 이 건물이 세인트오즈월드라는 명문학교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투명하지만 분명한 담장이 존재한다.

이 담장은 세인트오즈월드를 다른 세계와의 차단을 시키는 의미이며 또한 경고이자 차별을 뜻한다.

처음에는 꽤 낯선 느낌의 표지였지만, 책을 읽고나니 책에 대해 잘 표현한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난공불락, 특정 계층만이 다닐수 있는 학교, 세인트오즈월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세인트오즈월드는 단순 학교일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특정 계층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권위주의, 우월주의, 권력지상주의 등등 세상속에서 상류계층과 권력을 가진 특정 계층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 세인트오즈월드에 어울리지 않지만, 세인트오즈월드를 지키는 수위와 한 아이가 등장한다.

바로 스나이드 가족.

아버지 존 스나이드는 경멸과 멸시를 당하지만 세인트오즈월드를 지키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는 수위이다.

어린 스나이드는 엄마의 부재를 항상 그리워하고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상처 많은 아이이다.

그 어린 스나이드에게는 세인트오즈월드는 환상 그자체였으며 도전과제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 스나이드는 경고를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속이기로 했다.

바로 “무단출입금지. 명령에 의해 여기서부터는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금함”이라는 문구를 뒤로하고 세인트오즈월드에 잠입한다.

먼 환상의 세계를 구경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결국 어린 스나이드는 세인트오즈월드 교복을 입고 학교 학생 행세까지 하게 된다.

어린 스나이드라는 화자 이외에 또다른 화자 한명이 더 등장한다.

모두 “나”라는 의미의 1인칭으로 화자가 둘이라서 헷갈릴만 하지만,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또다른 화자는 문법학교 라틴어 교사인 스트레이틀리이다.

현재 그는 세인트오즈월드에서 99학기째 라틴어를 가르쳤다.

곧 100학기를 앞둔 시점에서 스트레이틀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읽으면 세인트오즈월드라는 장소이외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짜 신분증과 가짜 졸업장 등으로 세인트오즈월드를 교사로 다시 입성한 스나이드가 스트레이틀리를 만나 아직 그가 학교에 있음을 꺼림직하는 모습에서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새로 부임한 교사들 중에서 누가 어릴적 스나이드였나였다.

나라는 화자가 과거로부터 회상해 가는 내내 누가 어린 스나이드였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스트레이틀리와의 관계에서도 난 어림짐작은 하였지만, 단언할수 없었다.

내가 그나마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일본 만화를 보았던 기억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모두 읽고난 후에 밝혀진 모든 진실은 반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어린 스나이드는 왜 세인트오즈월드로 침입했으며, 세인트오즈월드 학생 흉내를 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세인트오즈월드를 파멸시키려 했을까?

어쩌면 처음에는 갈수 없는 곳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선은 넘으라고 있는거야. 난 내게 늘 금지되었던 것, 그게 갖고 싶었을 뿐이야”

이 말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어린 청소년기에는 특히 이런 규칙과 질서 그리고 금지라는 단어에 반항하게 된다.

어린 스나이드에게 세인트오즈월드는 호기심과 반항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 스나이드가 왜 세인트오즈월드를 파멸시키려고 했는가?

바로 여기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사랑했던 리언 미첼 때문에? 아님 아버지에 대한 반항 때문에?

사실 단 하나로 단언할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인트오즈월드라는 곳이 상징하는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진 자들의 특권의식, 권위주의 즉 스나이드에게는 호기심과 반항의 대상에서 파괴시켜야 할 증오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요새 세계에서 반 자본주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스나이드들이 침묵을 깨트리고 파괴와 파멸 대신에 시위라는 형태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린 스나이드의 행위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