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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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의 탄생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같이 살던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족 과거사에 대해 자주 물었다.
두분이 어떻게 만나셨고 결혼하셨는지 어떤 삶을 사셨는지 궁금하였다.
단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넘어서 나의 탄생의 뿌리에서 어떤 운명적 필연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냥 그랬지 뭐" 정도로 넘어가셨다.
단지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상대방이 잘생기고 예뻐서 인기가 많았다는 정도만 이야기해 주셨다.
왜 그렇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을수 없었던 건지 답답했다.
우연히 친척분들을 통해서 일제시대와 6.25 전후를 거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분들이 너무나 많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귀여운 손녀의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할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과거는 입에 담기 좋자 힘든 아픔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나의 질문도 멈추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사춘기 시절의 기억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계신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아픔이 생각이 났다.
복천 영감처럼 서울로 상경하여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아내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아픔이 가난의 고통이든 형제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든 나에게는 같네 느껴졌다.
더구나 1970년대를 살아내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 시대만이 가진 아픔이 존재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우리의 이 아픈 역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힘겹게 만들었다.
빈부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점점 늪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칼갈이 복천 영감의 목에서 피가 나오도록 물 한잔 얻어 먹을수 없는 서울.
인정많은 떡장수 아주머니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연탄가스.
동향이 반가운 정많은 식모아가씨를 무참히 짓밞아 버린 세상.
그렇게 서울로 상경한 많은 이들이 세상의 냉혹한 칼바람에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현재 이 세상에도 역시 이처럼 세상의 바람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항상 따뜻하고 밝은 양지만을 바라보고 더 나은 삶, 더 풍요로운 삶의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양지가 있다면 반드시 음지가 있는 법이다.
따뜻한 양지에서 잠시 음지로 눈길을 돌아봐야 한다.
음지에서 움츠리고 있는 세상의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따뜻하고 밝은 빛이 그곳에도 비추게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돈돈돈으로 귀결되는 사회보다는 정정정으로 귀결될수 있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국회의원들과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고 세상에서 그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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