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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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앨범, 양파맛 프링글스, 안나수이 화장품.
돌풍처럼 우리 곁에 나타났고, 우린 그들의 포로가 되었다.
어디서든지 서태지의 앨범을 듣고 그의 춤을 따라 췄고, 우리시대의 대통령으로 그를 불렀다.
양파맛 프링글스의 등장은 기존 과자와 다른 오묘하고 짭조름하고 치즈맛의 세계로 우릴 인도했다.
안나수이 화장품은 질보다는 아름다운 케이스에 반해 용돈을 모아 장만하곤 하였다.
이 시절을 겪어내었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컴백홈]이 소설이상으로 나와 친구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주인공 박유미는 여고생으로 0.1톤의 거구이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이다.
엄청난 식탐으로 엄마에게 구박을 받으며, 사업에 실패해 무능해진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친구라고는 지은이라는 학교 짱뿐이며, 아이러니하게 친구인 지은이에게 돈을 빼앗기고 구타당하고 왕따당한다.
유미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출구는 프로아나들의 도움을 받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 유미가 어느날 가출을 하게 된다.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출을 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꺼리낌없이 조소를 날리던 엄마로 인해 느꼈던 절망감으로,
하나뿐인 친구 지은이의 가출로 인한 상실감때문에,
지은이의 가출로 학교 짱이 된 영화의 끊임없는 괴홉힘으로,
자신의 살을 파고 들었던 길쭉이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거실바닥에 쓰러진 엄마와 나뒹굴던 초록색 고무호스때문에,
엄마가 유미는 못할거라 단정했던 가출을 하게 된 것이다.
가출한 유미는 지은이를 찾아가게 되고, 세상에 대해 조금 알아가게 된다.

[컴백홈]은 2명의 여고생이 주인공이었지만, 그 유미와 지은이의 엄마도 크게 다가왔다.
아마 이제 내 나이가 여고생들과 그 여고생들의 엄마의 사이에 속하게 되서 그런거 같다.
0.1톤의 거구의 딸을 둔 엄마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제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바쁘고 고달픈 인생을 산다.
얼굴이 예쁜 학교 짱인 지은이의 엄마는 남편의 바람으로 배신감고 불안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엄마들과 딸들이 서로의아픔과 고통을 감싸주기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헤집고 상처를 낸다.
이 모든 모습들이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였고, 주변 엄마들이 이야기이기에 더 가슴아프고 공감이 갔다.

이제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안나수이 화장품은 화장대에서 사라지고, 양파맛 프링글스는 다이어트의 적이 되었으며, 우리의 영웅 서태지는 이혼남이 되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변해만 간다.
그냥 몸만 커지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줄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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