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히트포이어에서 내 삶을 돌아보다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나는 간혹 호스피스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나, 암같은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이런 책을 대할 때마다 처음에 느끼는 것은 마음의 무거움이다.
그 무거움의 원인을 살펴보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공포와 함께 죄책감과 미안함이었다.
내가 그분들을 아프게 하거나, 그분들의 고통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죄책감과 미안함이 든다.
그럼에도 난 이런 류의 책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고,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삶의 끝은 죽음이고, 우리는 그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항상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주변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언젠가 나에게 죽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든다.
이와 동시에 현재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나와 내 가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어서 안쓰러움과 연민 그리고 죄책감과 미안함이 든다.
이처럼 우리는 죽음을 곧 맞이할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내가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어떤 책보다 이책이 끌렸던 이유는 시선의 주인공이 호스피스 병원인 로이히트포이어에서 근무하는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작은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우리는 쉽게 식욕을 잃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일부의 사람들은 역시 식욕을 잃게 된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들에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오히려 고통일수 있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음식을 만나는 일은 단순히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그리운 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또한 삶을 추억할수 있는 행위이며, 현재에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속 환자들이 원한 음식은 특별히 비싸고,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항상 사랑하는 가족과 먹었던 추억의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이었다.
유명한 식당에서 값비싸고 화려하며 특별하고 고급스런 음식을 만들었던 루프레히트 슈미크가 평범한 보통 음식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연식에 몸에 좋은 음식으로 시작하였다가 실패를 맛본 뒤, 진정으로 환자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피자, 요쿠르트, 푸딩, 통밀 빵, 무화과 쨈 등 환자들의 삶속에 익숙한 음식들ㅇ르 만들게 된 것이다.
즉 푸아그라 요리나 달팽이 요리, 스테이크 등을 만들었던 손이 된장찌개를 끓이는 꼴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갔다.
환자들은 비록 짧은 생이 남았지만, 그 삶 속에서 사랑하던 이와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남은 삶을 정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언제나 한정적이다.
다만 그 길이를 모를뿐 유한하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은 책, 욕심내고 갈등한다.
로이피트포이어의 환자들과 이 책을 만나면서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잊고산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