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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ㅣ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중국이라는 나라는 참 가까운 위치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참 모르는 것이 많은 나라인거 같다.
그래서,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히는 바진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가 마지막까지 바라보았던 인생에 대한 눈빛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바진은 중국의 다양한 모습중에서 왕워쉬안이라는 대학교육까지 받은 한 지식인의 가정을 선택하였다.
그는 전족으로 잘 걷지못하는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어머니, 대학교육을 받은 신세대 여성인 아내 수성, 아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다.
마치 겉에서 보면 단란한 한 가정일거 같지만, 내부적으로 갈등이 많다.
특히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어머니와 아내의 잦은 다툼.
은행의 말단 직원으로 전쟁의 혼란속에 힘들어져만 가는 가정형편.
이런 갈등과 힘든 상황속에서도 아들 샤오쉬안을 귀족 학교에 보내겠다는 희망으로 힘겹게 버텨간다.
착하고, 연약한 성격의 워쉬안은 결국 이런 갈등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수 밖에 없다.
<차가운 밤> 이 책은 마치 겨울의 어느 차가운 밤에 혼자 깨어나 온통 잿빛의 거리를 바라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겨울의 서늘하고 추운 밤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듯, 워쉬안의 가정에 닥친 위기는 선택이 아니었다.
고요한 한밤중에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그저 거리를 바라보듯, 워쉬안도 그저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앞서 그저 추운 겨울밤 깨어 있는 것 뿐이었다.
바진 작가는 꽤 삶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중국의 대 변혁의 시대를 거쳐와서 그런지 삶은 의지로 바뀌는 것보다 큰 흐름에 흔들리는 작은 돛단배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갈등을 해결하려 하지만 해결할 수 없고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그런 삶.
어쩌면 대부분의 소시민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다들 나름대로의 꿈을 꾸지만, 과연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시선으로 <차가운 밤>을 그리면서 오히려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가 싶었다.
"그래 힘들지, 삶은 그런거야" 그렇게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흔히들 세상은 냉혹하다고 한다.
세상이 냉혹하다니, 이 얼마나 냉혹한 소리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냉혹한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그 속에서 따스한 희망을 꿈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작가 바진은 주인공 왕워쉬안에 따스한 손길보다는 냉혹한 채찍질을 남겨주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차갑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