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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빈의 조선사 - 왕을 지켜낸 어머니 최숙빈, 그녀를 둘러싼 여섯 남녀의 이야기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5월
평점 :
요새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동이"이다.
기존에 많은 사극 드라마가 극적 구성이나 주인공을 미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역사를 많이 왜곡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역사적 기록은 드라마와 너무나 차이가 있었다.
숙빈 최씨의 존재는 워낙 기록이 없으니, 오작인의 딸로 나오는 이야기에 토를 달 수가 없다.
그러나, 인현왕후의 추락과 장희빈의 등장 등은 실록의 기록과는 차이가 있었다.
책의 제목은 드라마 "동이"의 인기세를 뒤에 엎으려는 의도 때문인지 <최숙빈의 조선사>이다.
하지만, 최숙빈에 대한 내용은 약 5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
영조를 통해, 그의 어머니인 최숙빈을 조명하고자 하였다고 하더라도 10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책의 주된 내용이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숙종이었다.
따라서 책의 제목은 <숙종시대>나 <숙종과 최숙빈>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다.
숙종은 조선 후기 가장 찬란했던 영조와 정조시대의 기틀을 마련한 왕으로 칭하고 있다.
솔직히 책에서도 이야기 했듯, 숙종이라는 이름과 함께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떠올리게 한다.
숙종이 장남으로 태어나 왕세자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어린시절 왕이 되어 20여년간 조선을 다스린 왕이라는 점에서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숙종이 변덕이 심한 왕이라고 잘 못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난 이책에서 숙종을 만나면서 더욱더 변덕이 심한 기분파 왕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왕이라는 신분때문에 느끼는 고립감과 위기감을 이해하더라도, 조강지처인 인현왕후를 내치는 이유나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는 이유는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
감정적인 면에 치우쳐서 저지른 일들이라는 판단을 역시 이 책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덧붙여서 숙종에 대한 또 다른 견해는 매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이다.
물론 왕에게 대든 신하들도 문제이지만, 신하와 왕이 권력 싸움을 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특히 지금은 전혀 의미가 없어 보이는 예송 논쟁으로 송시열을 궁지로 몰아내고, 10년 넘게 자신의 왕권강화에 힘쓴 김석주에 대한 배신 등은 일반 소시민인 나와 그시대 백성들에게 그저 옹졸한 권력투쟁 그 이상도 아니었다.
따라서, 숙빈 최씨가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는 작가의 말에 100% 공감한다.
왕의 성격을 파악하고, 정세를 판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용기있게 행동한 최숙빈이 가장 뛰어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고 본다.
비록 많은 역사적 사료나 기타 전해지는 이야기도 적지만, 그녀가 영조의 어머니이라는 점,
숙종과 장희빈 그리고 인현왕후 사이에서 살아남았으며, 서인과 남인의 싸움판인 조정에서 천수를 누린 것을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ㅏ.
책이 너무 남성위주로 씌여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책 제목과는 달리 숙종에 대한 비중이 너무 컸고, 숙종을 대변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하지만, 요즈음 드라마 "동이"에 빠져 있는 나에게 좀 더 사실적인 역사를 만나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