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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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황석영 작가의 소설다웠다.
한국인이기에 공감할 수 있고, 한국인이기에 슬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강남몽", 강남의 꿈, 강남에서의 꿈, 강남다운 꿈, 강남만의 굼, 강남을 위한 꿈, 강남을 향한 꿈......
그 무엇도 될수 있는 강남몽이었다.

황석영 작가는 박선녀를 강남몽의 중심에 놓았다.
만약 박선녀의 삶을 둥그런 원으로 표현해 본다면, 그녀의 삶은 네온사인의 불빛 같은 색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김진의 짙은 보랏빛 삶이이 1/3은 겹치게 원으로 겹쳐 놓았다.
김진과는 반대로 심남수의 삶은 박선녀의 삶과는 약간 겹치게 그러나, 김진과의 삶과는 겹치지 않게 배치해 두었다.
심남수의 삶은 황금색이었고, 마지막으로 박선녀의 삶과는 겹치나 그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홍양태의 삶은 거무죽죽한 핏빛이었다.
이러한 구도로 작가는 강남에서, 강남을 향해 꿈을 꾸는 서로 다른 세계의 4명의 삶을 겹쳐내어 강남몽을 그려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박선녀였다.
박선녀는 김진이라는 남산회장의 세컨드로 김회장의 둘째 며느리의 생일 축하를 위해 김진이 운영하는 대성 백화점에 들렸다가 건물의 붕괴와 함께 가라 앉는다.
백화점 붕괴로 시작된 이야기는 박선녀의 삶을 불러내고, 박선녀의 삶은 다시 김진의 삶을 불러내고, 심남수와 홍양태의 삶까지 불러낸다.
결국에는 백화점의 붕괴는 이야기의 시작인 동시에 귀결점이 되고 만다.

박션녀는 가난한 삶을 살았으나, 반반한 몸매와 얼굴로 밤의 프리렌서 호스티스의 세계로 뒤어든다.
그녀는 권력을 가진 사람ㄷ르,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들, 힘을 이용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키워 마담까지 오른다.
그런 그녀는 돈과 사랑을 쫓아 심남수를 만났고, 힘을 위해 홍양태를 만났고, 은퇴 및 평안을 위해 김진을 만났다.
그녀의 삶은 향락과 욕정으로 대표되며, 돈을 위해 권력을 위해 밤의 세계의 삐에로가 되어간 것이다.
즉 웃고 있지만, 화려하지만 비어버린 슬픈 삐에로인 것이다.

박선녀와 김진의 나이차이 만큼, 김진의 삶은 일제시대 말부터 현대까지 이어진다.
그의 삶속에는 우리가 가장 아파하고 슬퍼하는 현대사의 잘못된 흐름이 담겨있다.
친일파, 전쟁, 미군정, 반공주의, 학살, 권력투쟁, 유신, 광주민주항쟁, 암살까지 현대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삶이다.
일제 시대, 전쟁, 자본주의로 이어져 가는 시대적 상황속에서의 욕심에 의한 폐단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의 삶은 권력에 편승하는 삶이었고, 따라서 권력의 생리가 여실히 드러나는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김진은 권력의 기생충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심남수의 삶은 우연히 만나게 된 부동산업자 박기섭을 통해 강남지역에서 벌어지는 개발 사업에 합류하면서 돈과 부동산을 향하는 투기세력의 부풀어 오르는 욕망을 대변한다.
강남지역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정권은 정치자금을 만련하기 위해 부동산 업자들과 결탁하고, 부동산 업자들은 돈을 가진 자들을 끌어들여 땅을 사고팔기를 반복해 돈을 부풀려 댄다.
돈과 부동산 투기라는 욕심이 부른 또 다른 강남몽의 모습인 것이다.

홍양태의 삶은 강남몽 중에서 누구나 알지만 실체가 잘 들어나지 않는 조직 폭력이라는 제3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충장로파 신입꼬마로 시작된 조직폭력의 세계는 충장로파 보스가 되고, 북구파 강은촌과 잇권다쿰전쟁을 하게 되고, 신군부가 국가권력을 잡고나서 발표한 삼청교육대 설치와 강패소탕의 폭풍을 겪는다.
홍양태의 삶도 강남몽으로 권력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집요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듯 하지만, 모두 같은 삶을 살아온 한 부류이다.
시대의 흐름과 권력의 변화, 돈과 욕망의 바람에 편승하여 기생한 사람들로 인간의 근본적인 선한 본질에서 멀어져 두둥실 부풀어만 가는 비눗방울 인생인 것이다.
결국 그들의 모든 삶은 대성 백화점의 붕괴라는 사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가난한 삶, 좌절스러운 현실, 그리고 장애속에서 약자로만 살아갈수 밖에 없는 임정아 가족의 모습은 권력 기생충들의 삶과 비교되어 마음 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비록 가난하고 약자일 수 밖에 없지만,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초라함이 아닌 당당하고 떳떳함으로 다가왔다.
임정아 역시 대성백화점의 붕괴 현장에 있었지만, 삶이 박선녀와 다르고, 귀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석영 작가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자본주의, 민주주의 발달과정의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강남몽> 속에 담아내었다.
높은 콘크리트 빌딩 숲, 화려한 불빛의 강남과 그 속의 힘들의 형성과정은 그다지 우러러 볼 정도로 고결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권력과 돈을 쫓는 과정, 기회주의, 약탈의 모습이 진정한 강남의 현실인 것이다.
이제는 권력과 돈의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 환락과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한믹국다운 강남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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