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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털어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주로 책의 뒷편에 있는 책의 소개를 본문을 읽기 전에 읽지 않는 편이다.
그저 책의 앞 정면에서 시작하여 뒷편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간다.
그래야 책의 주관적 느낌을 더 잘 살릴수 있고, 선입견을 없앨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간혹 책을 모두 읽지도 않았는데, 뒷편의 서평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고, 가독성이 떨어져 책을 덮을까 말까 고민할때 이외에는 거의 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책을 읽고난 나만의 느낌과 뒷편의 서평이 잘 맞아 떨어지거나 유사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딱이거네"라는 느낌은 몇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포복절도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다"
정말 상상 그 이하를 만나꼬, 허무하다 못해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책은 1970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소설인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약 40년이 지난 오늘에야 읽게 되었지만, 전혀 79년대의 곰팡이 냄새도 나지 않고, 촌스러운 흑백의 느낌도 전혀 없었다.
범죄소설이지만, 70년대 유행했을 법한 히어로도 없고, 오히려 진지하고 똑똑한 덤앤더머들을 연상시키는 편이었다.
이런 류의 번죄 소설, 코믹 케이퍼 분야의 독보적이며 전설적인 존재로 회자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 아키볼드 도트문더, 그는 출소하자마자 친구 켈프를 통해 하나의 사건을 제안받는다.
낯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아킨지의 보물인 에메랄드를 훔쳐내어 가져다 달라는 UN주재 탈라보 대사, 패트릭 아이코 대령의 의뢰였다.
50만 달러에 달하는 에메랄드이지만, 달리 팔 곳도 없는 이 보석을 훔쳐내어 가져다 주는 댓가로 1인당 3만 달라씩 5명에게 지급하는 조건으로 아이코 대령의 의뢰를 승낙한다.
어딘가 맘에 안들고 찜찜했지만 도트문더는 켈프를 포함해 운전사 스탠 머치, 자물쇠 담당 로저 체프윅, 장비담당 앨런 그린우드와 함께 에메랄드를 훔칠 계획을 짠다.
뉴욕 콜로세움에서의 에메랄드 탈취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적어도 에메랄드를 감싸고 있는 유리 육면체 90Kg을 들어 올리기 전까지는.
도트문더와 그린우드는 90Kg을 들어 올려서 버텨내지 못하였고, 그와 함께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린우드가 경찰에 잡히게 되고, 에메랄드는 행방불명이 된다.
이후로 도트 문더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에메랄드의 행방을 쫓게 된다.
그린우드가 잡혀 있던 감옥으로 감옥에서 경찰서 구치장으로 구치장에서 정신병원으로 다시 은행 지하 금고로 에메랄드를 향해 쫓고, 쫓기고, 다시 쫓는다.
에메랄드 1개를 위해 5건의 범죄를 계획하고 성공하고 다시 계획하여야 하였다.
분명 도트 문더는 천재 계획가였고, 나머지 4명 또한 계획대로 잘 움직여 주었다.
그러나, 에메랄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덤앤더머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냥 웃을 수도 마냥 긴장할 수도 없는 범죄들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것이 특히 코믹 케이퍼 분야의 준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가 싶었다.
40년전의 작품이지만, 현대의 기술 종합인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하였다.
5~6개의 치밀하고 숨막히는 범죄사건, 진지하고 긴장된 범죄와는 전혀 다르게 코믹하게 꼬여만 가는 사건들, 그리고 개성강한 캐릭터들.
영화에서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싶었다.
범죄 소설 중에서 특히 코믹 케이퍼 분야의 즐거움과 유쾌함 그리고 긴장감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무엇이든 상상하라.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포복절도의 의미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