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난 참 행운의 세대에 속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난 참 행운의 세대에 속해 있었다.
요새 천안함 사태와 정부와 북한의 대응을 보면서 조금은 바뀌었다.
한 신문의 사설에서 '단 며칠만 국민들이 참아준다면 미국과 함께 북한 주요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전쟁이 가깝게 느껴졌따.
참 두려운 글이었고, 소름끼쳤다.

내가 전쟁에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온전히 매체를 통한 간접체험에서였다.
전쟁의 실상을 다룬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지켜오려 애쓰던 인간관계도 한순간 물거품이 될거라는 생각에 두려웠고,
전쟁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나의 어머니, 언니와 여동생들, 조카들 그리고, 나라는 점에서 머리가 서는 느낌이었다.
그러하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어질 것에 대한 상상마능로도 전쟁은 섬뜩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심리적 갈등과 전쟁 상황이 완성도 높게 그려지고 있는 소설이었다.
어느 지중해 해안가 외딴 망루에 살고 있는 안드레스 파울케스는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팔을 150번 저어 바다에서 헤엄쳐 나갔다가 돌아온 후 벽화를 그린다.
외딴 망루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끊고, 그저 벽화 그리기에만 열중한다.
그는 화가가 아니다. 아니, 화가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 잠시 그림 공부를 하였으나, 그릐 표현을 빌리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은 벌써 누군가가 그렸기에" 그림에서 사진으로 옮겨갔다.
그는 전쟁터를 누비며 종군사진기자로 30여년간 전쟁을 사진에 담아냈다.
처음 그는 포환이 빗발치는 도시의 어두움을 찍었으나, 점점 전쟁속 인간의 모습에 촛점을 맞추게 된다.
파울케스는 꽤나 유명세를 얻어 상도 여러번 받았다.
그런 그가 사진기 대신 붓을 손에 쥐고, 전쟁터가 아닌 조용한 외딴 망루에서 그가 30여년간 본 전쟁을 그림속에 담고 있었다.
어느날, 파울케스에게 이보 마르코비츠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는 외딴 망루에서 전쟁화를 그리는 파울케스의 시선을 따라간다.
파울케스는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재로 옮겨 오는 등 현재에 살고 있지만, 과거와 함께 살고 있다.
그가 현재에서 과거로 옮겨 가는 이유는 사랑하는 연인 올비도 페라라와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파울케스를 죽이러 찾아온 이보 마르코비츠 그리고, 전쟁 때문이었고,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옮겨 오는 이유도 같았다.
올비도라는 이름과는 달리 파울케스가 영원히 잊지 못하는 올비도와 그가 30여년간 종군 사진기자로 누비었던 전쟁의 기억은 사진기에서 붓끝으로 옮겨와 그와 함께 망루속에 살고 있었다.
이에 비해 마치 파울케스에게 복수를 하려듯 죽음과 살인을 예언한 마르코비츠는 제2의 파울케스였다.

처음에는 왜 마르코비츠가 파울케스를 죽이려 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마치 마르코비츠가 또 다른 마르코비츠에게 살인 청부를 받은 것처럼 너무나 순순히 그리고, 감정없이 그의 입을 타고 나왔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미 이 책의 결말이 어떠할지는 알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것 즉, 마르코비츠가 파울케스에게 물었던 질문의 답이 알고 싶어졌다.
파울케스가 왜 전쟁화를 홀로 그리는지, 왜 사진기를 버렸는지, 왜 올비도를 잃었는지, 그리고 왜 그는 사진을 찍었는지.

작가는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를 통해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파울케스를 통해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전쟁은 실제하지 않는다"
실제 전쟁은 지능적인 살인 놀이이며, 약탈자가 난무하고 피해자가 살덩어리로 흩어지는 무질서의 혼돈 속에서 지금에 있는 모든 도덕과 질서는 무너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파울케스와 마르코비츠는 작은 찡그림이나 조금 커지는 목소리, 그리고 시선을 피하는 정도로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속의 진실은 온몸이 뒤틀리고 토악질이 날 정도로 처참하고 참담하고 추악한 것이었다.

책을 덮고 처음 드는 생각은 이 책은 누군가가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진처럼이 아니라 그림처럼 완벽하게 어떤 가림도 없이.
그래서 영화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읽어서 '전쟁'이라는 사악한 본성을 두려움과 울분으로 바꿔 세상속에서 '전쟁'을 삭제하였으면 하고 바랬다.
영원히, 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히.

세계는 아직도 수많은 곳에서 전쟁 중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무엇인인지 알았으면 한다.

"네가 참으로 어두운 집에서 살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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