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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 식물원 23 -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난 여행기나 여행 에세이, 여행소개 책을 자주 읽지 않는다.
어쩌다 여행할 계획이 있을 경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해, 또는 가보기 힘든 오지를 소개한 책 등은 간혹 읽는 편이다.
그런 내가 이책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수목원 & 식물원 23]은 읽고 싶었고, 갖고 싶었다.
그 이뉴는 내 추억과 관련이 있다.
어릴적 유난히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던 나는 세상이 온통 잿빛이었고, 주변 사람들은 좀비같았었다.
어느날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역 앞에서 아빠가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빠가 기분전환을 할겸 벗꽃구경을 가자고 하였고, 우리는 그렇게 벗꽃구경을 갔다.
하지만, 이미 벗꽃축제가 끝난 후라서 사람들이 전혀 없었고 막바지 벗꽃이 작은 바람에 하얀 눈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세상이 잿빛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 처음 하늘을 맘껏 보았던 것 같다.
그 기억은 나에게 벗꽃나무 뿐만 아니라 나무를 바라보면 그냥 좋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교 시절 등산을 좋아해 산에 가서 나무를 만끽하던 내가 수목원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여기 책에서도 소개가 된 안면도 수목원때문이었다.
안면도는 인간관계에 대해 절망까지는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곳이었다.
우연히 들은 수목원에서 쭉쭉 하늘로 뻗은 해송인 안면송을 바라보면서 매혹되었고, 무언가 답답함이 저 나무끝에 매달려 바람에 날아가 버릴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수목원이 눈에 띄면 방문해서 산림욕을 만끽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도시에서 가까운 곳에는 수목원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나무와 꽃이 그리우면 산책겸 가까운 산을 찾거나 절에 방문해 산림욕으로 몸을 채우고 향기로 피로를 씻는다.
그럴때마다 만나는 낯선 풀꽆들에게 눈이 갔고, 이름을 알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때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을 향하곤 하였다.
이책을 만나보면 적어도 방문한 수목원에 있는 눈에 띄는 꽃이나 나무에게 아쉬움을 남길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23곳의 수목원과 식물원의 소개와 함께 사계절의 풍경이 담겨있고, 꽃과 나무의 사진과 이름이 담겨 있었다.
어떤 꼿은 봄꽃이었고, 또 다른 꽃은 가을꽃이었고, 또다른 나무는 여름이었고, 또다른 풍경은 겨울이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처럼 이름을 불러줄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이책에 소개된 수목원과 식물원은 나름대로 개성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난해하고 인공적은 곳은 서울 숲이었고, 가장 친숙한 곳은 안면도 수목원이었다.
가장 독특한 곳은 한라수목원과 여미지 식물원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경상북도 수목원이었다.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곳은 꽃무지 풀무지 야생화 전문 수목원이었고, 아침고요 수목원, 경기도립 물향기 수목원이었다.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에는 어여쁜 만첩홍매실이 있었고,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에는 어리연꽃이 있었다.
한국자생식물원에서는 산솜다리꽃이 피어있고, 한택식물원에서는 흰금낭화, 보리싸리꽃에 매혹되었다.
국립수목원의 숲생태 관찰로를 맨발로 걷고 싶었고, 경상남도의 메라세라이아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한택 식물원은 허브식충식물원과 땅속 정원 침상원에 가보고 싶었다.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의 물방울 온실도, 안산식물원의 온실도, 부천식물원의 복사꽃모양 온실도 들려보고 싶었다.
또한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대구수목원의 놀라운 변신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으며, 천리포 수목원의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싶었다.
책을 펼치는 시간과 장소마다 나무와 꽃의 향기가 넘쳐났고, 초록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내방안에서 또는 지하철에서의 작은 산림욕을 할수 있었던 초록빛 여유로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