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투모로우], [2012] 같은 영화가 유행하고, 이상 기후가 이어지자 다시 지구 종말론이 스멀스럼 기어나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태양이 사라지던 날] 역시 이런 부류의 하나로 여겼고, 왜 로렌츠 혼자 이 세상에 살아 남았고, 태양이 왜 사라졌는지 궁금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왜"인지와는 거리가 먼 책이었다.

사랑하는 아내, 마리를 잃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로렌츠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한 여름 7월 17일,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과 추위가 습격하고 눈이 내리던 날 모든 살아있는 동물들은 사라졌다.
단지 로렌츠만을 제외하고.
로렌츠는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빠졌으나, 한편으로 자신의 아파트를 아지트로 만들며 살아갈 대비를 한다.
그는 독서를 하고, 음식을 먹고, 글을 쓰고, 잠자기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렇게 지내다 태양이 사라지고 난 후, 29일이 지난 후 기록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철저한 일인칭 시점은 로렌츠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 공포, 두려움을 고백하고 있어 마지막 남은 자의 처절한 기록인 듯한 기분을 준다.
태야이 사라지고 추위, 어둠, 눈, 안개 소음 등 외부 환경의 변화와 고요한 정적과 적막함에 대한 로렌츠의 심리적 반응이 잘 담겨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로렌츠를 지배하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죽은 아내 "마리"였다.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마리를 배신한 죄책감과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리의 곁에서 죽을 결심을 하게 할 정도로 죄책감과 상실감이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죽기로 선택한 순간, 아이러니하게 그에게 다시 새로운 순수한 사랑이 찾아온다.
로렌츠에게 찾아온 두번의 사랑은 안락이 보다는 그의 문제점을 인힉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더이상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기억이 삶을 갉아 먹는다.
기억은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간다.
바로 내 뒤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왜 사람들과 동물이 사라졌는지 왜 태양이 사라졌는지는 중요치 않다.
어쩌면 로렌츠는 태양이 사라지기 이전에 이미 태양이 사라진 상태였을지 모른다.
즉, 마리가 죽은 이후에 사람을 기피하고 자신 속에 틀어 박혀버려 이미 태양과 세상이 사라져 단절된 세상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내면의 빈곤함과 적막감이 그가 속한 외부 환경보다 더 척박했다.
로렌츠 뿐만 아니라, 우리도 어떤 고난과 상실감에서 도망쳐 자신만의 동굴속에 종종 숨는다.
'기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라는 말이 있지만, 동굴속에 숨어버린 상태에서는 시간도 멈추게 되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게 된다.
문제로부터 숨거나 회피하거나 틀어 박혀서는 그 무엇도 변화하지 않는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기회 조차 잃는 것이다.
로렌츠 역시 새로 순수한 사랑을 만난 이후 빛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은 빛과 어둠이 반복된다.
마치 태양이 지고 밤이 된 후 다시 새벽이 오듯.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스스로를 어둠에 가둘 필요가 없다.
또 다가온 어둠에 좌절하여 어둠 속의 삶을 원망하거나 포기해서도 안된다.
어둠도 삶의 일부이지만, 곧 지나갈 과거라 믿고 "사람은 언제나 다시 새로 시작할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간의 속에 흘러 보내야 한다.
다가온 운명이라면 맞서면 되고, 설사 숙명이라 하더라도 지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는 운명과 숙명속에서 자유로운 존재이며,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인 것이다.
우리 삶속에서 태양은 사랑이고, 태양이 사라지던 날, 다가올 태양이 빛나는 날을 기다리고 준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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