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속에 감춰진 슈퍼 영웅을 낱낱히 밝히다.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마크 웨이드 외 지음, 하윤숙 옮김 / 잠 / 2010년 3월

인문학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 서평을 쓴다는 것이 사실 더 어렵다.
왜냐면, 얕은 지식을 가진 나로서는 인문학 서적을 통해 그저 배울뿐 그 어떤 비평이나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교수님께 학교 선생님께 배우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맨으로 시작되는 슈퍼 영웅은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서평이 가능하리라 예상했지만,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 영웅은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난 그들을 모두 영화에서만 만났었고, 만화책으로는 만나본 적이 없다.
어릴적은 슈퍼맨에 빠져 보자기를 목에 묶고 온 방안을 뛰어 다녔고, 커서는 배트맨 영화에 빠져 배트맨 시리즈가 상영될 때마다 팝콘을 사들고 영화관을 찾았다.
그러던 내가 이런 슈퍼영웅과 미국사회를 연결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였다.
슈퍼영웅이 얼마나 사회, 특히 미국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었고,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가 영웅주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의 우월주의가 바로 영웅주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책 <슈퍼히어로 미국을 말하다>에 관심이 갔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이 책은 정확히 미국을 말했기보다는 슈퍼 영웅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철학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정도였다.
DC코믹스 편집이사인 댄 디디오 이사의 "슈퍼맨이 그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은 마크 웨이드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슈퍼 영웅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다방면에서 분석하고 전개하였다.
슈퍼맨에서 시작하여 헐크, 배트맨, 매트 머독, 슈퍼맨 등 다양한 영웅뿐만 아니라 캣우먼, 갈락투스, 매그니토, 미스티크 등 영웅과 반대편인 적의 심리까지 비교해서 다루었다.
신앙, 힘과 권력, 가족, 자기 희생, 복면까지 정말 광범위한 분야의 분석이 함께 하였다.
이처럼 다각적인 분석은 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각적인 분석은 철학적 분석까지 합쳐져 그 깊이까지 더해졌다.

따라서, 책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꽤 오랜 사투 끝에 대어를 낚은 기분이 들었다.
한두마디로 그 오랜 사투를 다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법과 질서의 테두리를 벗어난 우리의 자경당원이 꽤나 외로운 존재이고,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길중에 하나인지 알게 되었다.
과연 실제 엑스맨이나 슈퍼맨, 배트맨 같은 영웅이 우리 시대에 산다면, 우린 슈퍼맨의 경우처럼 그들을 사랑할수만 있을까?
우리는 그들의 힘을 두려워 할 것이고, 동시에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까칠한 슈퍼 영웅이 등장한 영화 <핸콕>이 자꾸만 떠올랐다.
비록 미국과는 관계가 적었지만, 슈퍼 영웅은 좀더 가까이에서 현실적으로 이해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