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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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유방암 선언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책 소개와 이책 저자 소개를 읽으면 알 수 있듯, 이는 작가의 죽은 아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르멘 반 디펜의 '육아종성 유방염'이라는 고질의 병의 선언이 죽음의 판결처럼 다가왔다.
그녀의 눈물이 안카까웠고, 그녀의 절망이 안쓰러웠다.
카르멘의 남편인 댄 반 디펜은 소설 초반 자신이 고독 공포증을 가진 쾌락주의자, 즉 바람둥이임을 선언한다.
나는 이들 부부의 관계 속에서 아내의 죽음을 앞둔 남편의 헌신과 반성을 상상하였다.
하지만, 책은 예상을 개고, 내 진부하고 비 현실적인 사랑을 조롱하듯,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니, 정확히 말해 모두 반대 방향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또는 아내갈 될 여성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댄은 행동하였다.
하지만, 왠지 죽어라 비난만 할수도 없었고, 그의 친구 프랑크처럼 모두 덮을 수만은 없었다.
정확히 카르멘의 관점에서 댄을 바라볼수 밖에 없었고, 오히려 마지막에는 그녀처럼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내가 이책에 대해 이처럼 장황이 떠드는 이유는 절대로 진부한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이다.
이책의 형식이 마치 하루 하루 일기를 써놓은 병상일기의 형식을 하고 있듯이, 실질적인 카르멘과 댄의 삶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자인 나에게 '신델렐라가 구드를 신은 후 모든 것이 행복하였다'가 아니듯 때로는 잔인하게 다가왔지만, 잔잔하게 다가오는 현실이 아름다웠다.

두 부부의 삶을 읽어나가면서, 나도 카르멘과 댄의 친구가 되었고, 볼터스 박사는 쳐다보기도 싫었고, 스켈테마 박사의 휴가에 분노하고, 카르멘의 치료에 안타까웠 했다.
그들의 딸 루나에게 카르멘에 대한 편지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해준 그들의 친구들이 모두 고마웠다.
특히, 카르멘이 좋아하는 댄의 친구 프랑크의 관대함에, 항상 카르멘의 편이 되어준 토마스와 안네에게 고마웠다.
처음 댄의 바람게에 나는 토마스처럼 뚱해져서 토라지기도 하였지만, 결혼반지를 챙겨준 프랑크처럼, 그리고, 카르멘처럼 댄의 바람기와 댄과 로즈사이를 모른척 하게 되기도 하였다.

이미 번히 드러내는 결말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 흥미가 반감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독자가 있다면, 결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책속에 있는 댄과 카르멘이 함께 하는 순간, 둘이 나누는 대화,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그리고 서로를 향하는 몸짓과 행동이 이 책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따라서, 매순간 한장 한장이 모두 흥미롭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내가 책을 든 순간은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덕분에 나는 방해받지 않고 책을 든 순간부터 계속 읽어나갔고, 내가 잠시 책 읽기를 멈춘 것은 바커의사에게 약속 시간을 정하러 댄이 연락하는 순간이었다.
번역가 공경희 처럼 나에게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고, 한 모금의 물이 필요했고, 카르멘의 친구들과 가족들처럼 나에게도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웠다.
사랑, 삶, 죽음이 그 경계를 뭉개면서 한 덩어리로 다가왔다.
진실이며 사실이기에 더욱더 다가오는 이 세 단어에 가슴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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