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책장을 처음 넘기는 순간 당황하였다.
보통 인문학 책에서 각주 등에서 볼수 있고, 등장하는 책 중간에 쥴아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주는 아니었다.
윗쪽에는 국가의 기원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일곱명의 사무라이" 영화를 빗대어 산적, 도적 집단의 출현과 ㅇ리치시키는 의견이 펼쳐 있었고, 아래쪽에는 '나'라는 주인공과 한 여자의 세탁실에서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둘로 나뉜 이야기들은 '아나키즘', '민주주의', '마키아벨리', '테러리즘'까지 진행되다가, '유도장치에 관하여'부터는 '나'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세탁실에서 만난 연인 '안야'와의 만남과 '안야'의 눈에 비춰진 '나', 즉 '엘 세뇨르' JC와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점은 책의 페이지 윗부분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첫번째 선 다음에 등장하는 엘 세뇨르의 진행 시점과, 두번째 선 다음에 등장하는 안야의 시점과도 차이가 있었다.
당황스러웠꼬, 한페이지를 몽땅 읽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난 하나만을 선택하여 먼저 읽기로 했고, 엘 세뇨르가 안야에게 타이핑을 부탁한 독일잡지에 기고할 '우리가 사는 세계의 문제점들'에 대해 먼저 읽어가기로 하였다.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만약 한 페이지를 몽땅 읽어가기 힘드시다면, 저와 같은 선택을 하거나, 또는 JC와 안야의 시선에 따른 전개를 한꺼번에 읽어나가도 무방하겠다.

우선 내가 세계의 문제점에 대한 JC의 의견을 먼저 읽기로 한 것은 그와 내가 조용한 은둔형 아나키스트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그의 의견에 대해 통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대부분의 의견에 일치를 보았으며, 그동안 머리속으로, 마음속으로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와 '소아성애', '개연성'에 관하여서는 여성이라서, 그리고, 확률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ㅇ르 믿기에 조금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육체에 관하여'에서는 우리는 발이 아픈 개, 또는 날개가 부러진 새라고 생각하지만, 개의 경우 걸으려고 할때 아플뿐이며, 새에게는 그저 날수 없을 뿐으로 다가온다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로의 망명에 관하여'에서는 남부 사막지역에 존재하는 박스터 수용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계의 문제점에 대한 JC의 의견을 읽어가다가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였다.
바로 두번째 일기가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난 처음으로 돌아가서 JC와 안야의 시선에 따른 그들의 만남과 안야와 동거하는 개인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앨런과의 만남을 읽어나갔다.
그 후 두번째 일기가 작가가 쓴 부드러운 의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JC와 안야의 만남과 헤어짐가지 읽은 이후 JC가 의견으로 간주되지 않아서 쓸수 없다고 주장했던 꿈으로 시작하는 두번째 일기, 즉 조금은 다른 듯 다가오는 의견들을 읽어나갔다.

보통 에세이나 인문학 책을 읽으면 그 속에는 작가의 고뇌 과정보다는 그저 작가가 고뇌후 정리한 의견만을 읽는다.그런데, 이번 작품은 JC와 JC가 타이피스트로 고용한 안야간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안야와 엘렌과의 갈등이 모두 담겨 있어서, 한가지 주제에 대한 비교적 다양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황당하였던 구조고,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참 기발하고, 재치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어두운 시대를 걱정하며, 불명예와 치옥이 우리 모두의 어깨에 올려져 있다고 믿는 죽음을 앞둔 노 작가 JC와 필리핀 여자이며 쇼핑을 좋아하고, 세상과 싸울수 없다고 무시하고 익숙해 지려는 안야, 그리고,  42세인 돈만이 중요한 엘런과의 만남은 독자에게 현재의 삶과 앞으로 다가올 죽음에 대해 한꺼번에 질문하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재치발랄한 좋은 책을 만나 오랜동안 기억에 남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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