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참담한 캄보디아의 현실에 몸서리치다

다시 찾은 꽃목걸이
소말리 맘 지음, 정아름 옮김 / 퍼플레인 / 2009년 9월

가끔 안도감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현실이 있다.
이번 [다시 찾은 꽃 목걸이]가 나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미 어느정도 캄보디아와 주변 국가들의 현실을 알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아페십 (AFESIP)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접했었고,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꽤나 용기있는 여자이며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페십의 이름처럼 그렇게 비참한 환경에 처한 여성이 또한 그렇게 많을 줄이야 정말 상상조차 못했다.
그 용감한 여성은 바로 소말리 (Somaly) 맘이다.
그녀의 이름은 양아버지의 성에 앙아버지가 '처녀림에서 잃어버린 꽃 목걸이'라는 이름으로 지어 부른 이름이다.
그녀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없었다.
부모님은 할머니에게 그녀를 맡기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크메르 루주 정권이 캄보디아의 권력을 잡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핍박받던 프농족인 할머니는 그녀를 마을에 남기고 떠났다.
결국 그녀는 이웃인 타만 아저씨네에서 돌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을 찾아준다는 이유로 타만 아저씨는 한 할아버지에게 그녀를 떠나보냈고, 그때부터 그녀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녀를 매질하였고, 작은 소녀는 복종하는 법과 공포를 배웠다.
작은 소녀의 틀록 쯔러이에서의 불행한 삶 속에서 작은 빛은 있었다.
바로, 학교 선생님인 맘 콘 선생님과 그녀의 아내 펜 나비였다.
그들이 바로 그녀에게 소말리 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양 부모이다.

그녀의 시련은 끝이 없는 듯 계속되었다.
할아버지의 빚대신 중국인 상인에게 성폭행 당했고, 역시 빚을 대신해서 14세의 어린 나이에 20대 중반의 군인 탄에게 시집갔다.
시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성숙한 그녀의 몸에 20대 중반의 성행위가 과연 부부생활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대신해서 그녀의 남편에게 매질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남편이 군인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조금의 자유도 주어졌고, 병원에서 간호조무의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삶도 남편이 전쟁통에서 죽어 돌아오지 않게 되자, 다시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프놈펜으로 이어지게 된다.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에서의 그녀의 삶은 정말 처절했다.
할아버지는 매춘업소에 그녀를 팔아버렸고, 그녀가 몸을 팔아서 번 돈을 받아갔다.

그녀는 그렇게 상처받고 망가지고 좌절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삶은 디트리하와 피에르를 만나게 되면서 결국 비참한 매춘업소를 벗어나게 된다.
결국 그녀는 사랑인지 필요인지 모호한 상태로 피에르와 결혼하게 되면서 크메르 드 프랑스인으로 살게 된다.
소말리는 남편을 따라 떠난 프랑스에서 넓은 시각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결국 다시 돌아온 캄보디아에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어린 여자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엄청난 협박과 위험 속에서도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고 아페십을 설립하였고, 운영하고 있다.

정말 캄보디아의 현실은 너무나 소름끼쳤다.
여성의 처녀성을 가지면 건강해지고 운이 풀리고, 심지어 피부까지 좋아진다는 사내들의 믿음.
그래서 6살 정도의 여자 아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수술하고 다시 성폭해 당하기를 반복하는 현실.
아~ 나의 조카가 6살인데. 그 어린아이를.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복종과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행해지는 포주들의 고문과 폭행 그리고 살인.
벗어날 수 없는 그 매춘업체에서 병들고 쓸모없을 때가지 이용되는 아이들, 그리고 버려지는 아이들.
자신의 딸과 손녀 그리고 조카를 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매춘업초에 팔아버리고, 매춘업소를 찾아가 아이에게 돈을 받는 어른들.
도망쳐온 아이를 다시 팔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법정으로 끌어들이는 파렴치한들.
차이 후어 II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벌이는 행각들.

당혹스러웠고, 참담하고 비참하였으며, 동시에 내가 대한민국, 나의 부모들 밑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안도감까지 들었다.
이러한 캄보디아의 현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절대 눈감을 수 없은 현실임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이 땅에 서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한편으로 죄스러웠다.
언제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남녀의 구분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세상에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이 각성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