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이 강한 음침하고, 스스하면서도 몽환적 분위기

천사의 게임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처음 만나는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그리고, 최고의 찬사가 쏟아지는 광고문구들.
새로운 작가를 만난다는 설레임과 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대개, 이런 기대감은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반응을 나타낸다.
첫째는 광고문구들이 다 거품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둘째는 역시라는 반응이다.
이 책은 기대감에 가깝게 다가간 괜찮은 책이었기에, 후자쪽 반응이었다.

책의 초입은 "기업의 소리" 신문사에서 편집인 바살리오와 페드로 비달의 후원으로 다비드 마르틴 즉, 주인공 "나"가 작가로 데뷔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는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소설을 써서 같은 동료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지만,
독자들로부터는 사랑을 받는 작가로 성장한다.
마르틴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 과거의 상처를 그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책을 통해
치유받고 위로받던 그런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쩌면 그에게 삶과 같은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고, 그는 한 독자로 부터 제안을 받는다.
그가 바로, 천사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안드레이 코렐리이다.
이 둘의 만남은 현실인지, 꿈인지, 그리고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혼란과
암담함으로 마르틴을 이끌게 된다. 

이 책은 괴테의 파우스트와 매우 닮아있었다.
코렐리와 마르틴의 만남, 그리고, 작가로서의 욕망.
특히 이 책은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1권의 경우 마르틴과 주변에 일어난 일에 좀더 집중이 되어있다고 본다면,
2권의 경우는 그야말로 어두운 미로속을 쫓기는 분위기이다.
마치 1권의 경우 깊은 숲속을 걸어가지만 밝은 낮과 같았다면,
2권의 경우는 어둡고 축축한 안개낀  숲속을 누군가를 피해  쫓기는 양상이었다.
코렐리의 제안으로 쓰게되는 책과 탑의 집의 이전 주인인  디에고 마를라스카, 그리고, 그 집은 마르틴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결국 늪속으로 밀어넣게 된다. 

음침하고, 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드는 몽환적 분위기
꽤나 복합적인 느낌이 들었고, 천사의 게임보다는 악마의 게임 한판속에 뛰어들었다가 겨우 빠져 나온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바람의 그림자]로 꽤나 유명한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다음작품과 [바람의 그림자]가 어떤 느낌일지, 또한 내가 [천사의 게임]에서 느낀 그 묘한 마력적 중독을 다시 느끼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