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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이책이 어떤 내용일지 미리 책소개를 통해 접했었다.
그럼에도 나의 아버지가 떠올라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책은 시작되었다.
아버지 엄시헌.
그는 배수구에서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단순 뺑소니로만 보기에 수상한 점이 많아 보였다.
박형사는 이 사건에서 용의자로 엄청난 보험금을 타게 될 법정 상속인 엄종석, 엄종세 두아들중에
둘째 아들 엄종세를 지목하게 된다.
그렇게 엄시헌의 죽음은 엄종세에게 전달되었다.
아버지와 연락하지 않은지 몇달이 넘는 그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의무감으로 아버지가 막노동후 뿌리내린 김천으로 내려간다.
아무리 찾아봐도 아버지의 사진한장이 없는 그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잊혀진 존재였고,
의무적인 관계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김천에서 만난 아버지는 그저 뻣뻣하게 굳은 하얀 생선살 같은 주검이었을 뿐이었다.
외로움에 지쳐 미움으로 그 미움이 지나쳐서 결국 무심경해진 아버지.
그는 아버지의 주검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박형사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는 불쾌감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장례식장을 아내에게 조차 보이고 싶지 않다는 창피함이 전부였다.
오로지 자신이 처해진 힘든 상황이 더 중요한 엄종세였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지인인 장기풍을 통해 그는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마치 그에게 나쁜 사람이고 바닥인생으로 비춰졌다.
장기풍은 그런 그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다.
"자네 아버지는 깨끗하게 산 사람은 아니었어. 더럽게 살았지.
그렇지만 그 삶을 자네가 더럽다고 말하면 안돼.~ 중략~
돈을 벌수 있다면 어떤 일도 가리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때문인지 아나?"
엄종세는 아버지를 그렇게 조금씩 만나간다.
그리움에 지쳐 닫아버린 마음을 조금씨 조금씩 열어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글들. 아버지의 행적. 그리고, 아픈 형.
그렇게 하나씩 만나가는 엄종세의 행적속에서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특히 몇몇 글들은 엄종세의 아버지 엄시헌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를 보고 있는 듯 싶었다.
"아버지 도니자의 손은 궂은일과 마른일을 가리지 않는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비의 손과 궂은 일을 하는 손은 별개가 아니다.
~중략~ 제 처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그리고,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경전의 기도문.
가슴속 폭풍우를 몰고 다가온 글들이었다.
부성애. 그것이 모성애보다 작은가?
나의 어머니는 우리를 어르고 달래고, 씻기고 먹인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모성애를 느끼고 접하며, 친근히 여긴다.
하지만, 아버지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집같은 존재. 그저 묵묵히 우리의 울타리고 방패막 같은 존재.
눈에 보이고, 매 순간 필요한 것 같지 않지만,
항상 그 존재에 보호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
그렇게 조건없는 희생의 바람막이였던 것이다.
진정 가슴속 울림이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손에 생긴 검버섯이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