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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꿀벌의 집.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토 유키코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나에게 흥미를 끌었다.
또한, 자연주의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소설은 책을 읽고 난 후 마치 인간극장류의 다큐를 본 느낌으로 남았다.
히라오카 리에.
그녀는 자살한 아버지의 기억과 함께 그리 편하지 않은 엄마와 살고 있다.
여기에 업친데 겹친 격으로, 류라는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그 류라는 남자친구는 그녀의 친한 친구 유미와 사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우연히 발견해 면접까지 간 N시의 꿀벌의 집 양봉조수로 떠나게 된다.
물론 도시에서 살면서 딸과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엄마는 그녀의 이런 선택을 반기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리에에게 꿀벌의 집으로 떠나게 하는 이유가 된다.
N시에서 리에가 만나게 되는 것은, 꿀벌의 집 사장 기에, 무심하고 무뚝뚝 불친절한 듯하지만 여린 남자 겐타, 거식증을 앓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케미짱, 꿀벌의 집 특별 연구원인 G대학 고미야, 꿀벌의 집 팬클럽 이웃들, 그리고, 꿀벌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았지만, 도시와는 다른 생활패턴으로 자연의 변화에 맞춰 꿀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양봉조수로의 삶은 리에에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
양봉에 대해 스스로 알고 싶고, 궁금해 하면서, 점점 말수가 많아지고 밝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기억의 아픔과 상처받게 될 두려움에 자신의 남자친구의 존재와 동거 사실을 엄마에게 조차 이야기 하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조용하게 죽은듯 외롭게 살던 리에가,
꿀벌과 꿀벌의 집 사람들을 통해 외롭지 않은 행복한 삶을 얻게 된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아픈 과거를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아픈 기억에 대해 구체적인 기술이나 대화는 전혀 없다.
그저, 몇몇 던져진 암시만이 그들이 모두 아픈 과거와 상처를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아니 작가 자신도 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 리에와 리에 엄마가 받은 상처만이 보여질 뿐이었다.
마치 꿀벌의 집 사람들처럼 묻지도 캐지도 않고, 그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저 현재 자연속에서 꿀벌과 함께 살고 있을 뿐이었다.
하나둘 꿀벌의 집에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들 상처를 치유해 한다.
어린시절 상처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상처에 딱지가 생기면 그 딱지에 손을 대고, 결국 다시 덧나듯 그렇게 상처에 상처를 더하던 모든 사람들이 상처 이외의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상처는 비록 흔적을 남기기는 하지만, 이제 과거로 남을 뿐이었다.
이것이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그 상처의 치유방법을 꿀벌의 집, 즉 자연속 삶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책을 읽고나서 생각을 하였다.
처음에는 부담없이 쉽게 읽었지만, 왠지 오랜 감동이 남았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오랜동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