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수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1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그 옛날 아사코와 나가타라는 두 영지의 경계였던 고토리 촌에는 천년이 넘은 고토리 나무가 존재한다.

고토리 나무의 수종은 녹나무이며, 주변에는 히카타 신사가 있었었고, 고토리 유치원이 있었었고, 향토 사료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 나무는 수령처럼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 있으며, 수천년을 한 자리에서 지키고 있었으며,

잎이 흔들리면 파도 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는 나무이다.

나무는 아무말이 없다. 다만, 그 주변에 각각의 사연을 담은 사람들이 있을뿐.

이 나무 주변에서 어떤 인간은 갓난 쟁이를 죽였고, 어떤 인간은 자살을 하려고 하였고,

또 어떤 인간은 굶어 지쳐서 죽었으며, 또 어떤 인간은 할복의 아픔과 분노로 사람들을 살해 했으며, 또 어떤 아이는 누군가에 의해 향토 사료관 연못에 빠져 죽었다.

죽음만이 드려진 공간은 아니었다.

삐뚤어진 대범함을 시도하기 위해 친구를 죽이려고 했던 장소였지만, 어이없이 도망치게 만든 공간이기도 했으며, 자살 시도를 막아준 고마운 공간이기도 했다.

타임캡슐을 묻어둔 공간이기도 했으며, 기요에게는 사랑과의 헤어짐이 있던 공간이기도 했고,

미야지마 게이코에게는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세이지에게는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되고, 온몸에 화상을 입게 된 공간이기도 했으며, 호시 마사야와 기시모토 다카시에게는 목숨을 구한 고마운 공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천년수 녹나무는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에게 단순한 나무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언젠가 어느 시골 초입에서 만난 고목을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듯 보였던 그 나무, 봄을 맞이하여 작게 꿈틀거리는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을 보면서, 죽은 듯 거칠고 메마르게 보였던 나무가 다시 껍질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듯 보였다.

나무에게도 많은 가지가 있고, 새로운 봄에 새싹이 나는 나무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나무가 있듯이, 천년수 고토리 나무 주변의 인간들의 삶도 그러하였다.

인간들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녹나무와 영혼이 존재하는 공간.

그 공간은 역사라고 불리는 인간들의 흔적이며, 녹나무는 인간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파도소리속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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