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번 주말 난 마틴 반 블리에트와 아드리안 헤르초크와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하였다.

아드리안 처럼 나 역시 마틴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책 표지를 통해 레아를 만나보았다.

마틴의 설명과는 달리, 아드리안의 느낌과는 달리 난 레아의 표지그림에서 촛점없는 광기와 맹목적인 집착을 느꼈고, 검은 옷의 검은 바이올린을 든 타락천사같은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아버지 마틴 반 블리에트에 대한 동정심과 안타까움이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아드리안과 반 블리에트는 프로방스, 생레미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그들은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 서로 끌렸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아드리안의 시선으로 반 블리에트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간다.

난 책을 읽으면서 반 블리에트가 왜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고, 아드리안은 외고의사로서 병원이 아닌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반 블리에트는 조용히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과거 지폐 위조자가 되고 싶었고, 언젠가 분데스테라세의 체스판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는 이유로 한사람을 전멸시켰던 반 블리에트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조차 책임질수 없었고, 자식인 레아를 책임질수도 없는, 자신에게 날카로운 말을 한 메리디엔 박사를 그저 마그레브 인이라고 부를수 밖에 없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에겐 책임져야할 딸 레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출혈성 백혈병으로 죽은 부인 세실이 필요했고,

크롬폴츠 악기점 여사장 카타리나 발터처럼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으며,

마리 파스퇴르처럼 딸과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무도 없었다.

그저 그에게는 책임져야할 광기어린 열정과 냉혹함을 가진 레아가 있었을 뿐이었다.

또한 그를 질투심으로 몰아넣은 긜고, 레아에게 상처를 주게된 다비드 레비가 있었을 뿐이었다.

 

레아 반 블리에트에게는 아빠가 있었다. 모든것을 헌신하고 나눠주는 아빠가 있었다.

하지만 아빠가 그녀에게 중요한 존재여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반 블리에트의 시선에서는.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바이올린이었으며, 그녀를 바이올린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 로욜라 드 콜론, 마리 파스퇴르, 다비드 레비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렇게 다른방향으로 향하는 사랑은 그것이 남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무척 가슴아프다.

죽은 아내 세실과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무조건적으로 준 반 블리에트,

그에 비해 아빠가 아닌 마리, 레비를 향하기만 한 레아.

레비의 니콜라 아마티를 잊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반 블리에트가 선물한 과르네리 델 제수와 함께 그의 운명도 그렇게 함께 하였다.

누구를 원망하리요.

하지만 적어도 난 레아의 이기심과 광적인 집착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최근 어느 책을 통해 아픈 자식을 위하는 부모가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레아를 만나고 나서, 난 달라졌다.

부모라는 이름이 그 타이틀이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을 자식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아드리안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반 블리에트와 다른 선택을 한 아드리안, 딸 레슬리와 독립적으로 살아왔고,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멀리서 보낸 그가 반 블리에트와 함께 무엇을 생각했을까?

난 반 블리에트를 어스름한 저녁놀 지친고 지친 모습으로 바닷가에 앉아 있는 뒷모습으로 평생 기억할거 같다. 그렇게 노력하고도 노력하고도 최선을 다하고도 모든것을 잃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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