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한 박경리작가님과의 생생한 만남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참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학창시절 시집을 자주 읽었는데, 어느시절부터 개발서나 소설만을 읽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참 오랜만에 시집을 잡게 된것은 바로 박경리님의 작품이라서였다.

유고시집.

처음으로 유고시집을 읽었다.

유고시집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한 그 모습과 닮아 있었으나, 참 예상외로 다른 모습에 놀라웠다.

그저 유고시집은 삶을 정리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삶을 끝내야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책에는 그리움이 있다.

어머니. 외할머니. 친할머니. 그렇게 먼저가신 분들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으며,

살던 집에 대한 그리움도 있엇다.

그러나, 그저 삶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그런 느낌과는 조금은 달랐다.

가벼움? 아니 정확치 않다.

무덤덤함. 아니 이것도 아니다.

딱히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 동시에 삶에 대한 관조적 눈길이 느껴졌다.

그저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고맙고 소중하고, 여유롭고, 마치 도사같은 그런 느낌.

책 읽는 내내 찡그릴수도 없었고, 시 한편한편 가슴에 와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오랜만에 읽은 시집이 이렇게 가슴을 칠줄이야.

 

유방암에 시달리시고, 그렇게 세상과 이별한 박경리 작가님이지만,

이 시집속의 박경리 작가님의 마치 내 외할머니같은 모습으로 책속에 살아계셨다.

시집 한구절 한구절에 그대로 박경리님의 마음과 사랑과 생각이 담겨있었기에,

이렇게 시를 통해 생생히 만남을 가질수 있었던것이다.

특히, 생전 작가님의 모습에서 난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머리색깔, 걷는 모습, 땅메 젖은 머리타락에서 난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았다.

나에게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없는 것에 아쉬웠으며,

어쩌면 닮은 모습을 하고 계실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고인이 되신 박경리님이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우리 할머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