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가 아닌 영성자 반고흐를 만나다

하느님의 구두 - 거룩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클리프 에드워즈 지음, 최문희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2월

 
내가 기억하는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초상화를 그린 정신병을 앓던 작가이다.

조금 광적이다라고 생각했고, 조금은 순수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책을 보고 사실 책 표지에 가득한 고흐의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에 의아했다.

"하느님의 구두", "거룩한 화가" 제목만으로 "무슨 소리지?"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낡은 구두 한켤레가 하느님의 구두인가?

온갖 상상속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매우 놀라웠다.

 

이책 추천사부터 심상치 않았다. 클리프 에드워즈의  [반 고흐와 하느님]이라는 소개와 함께 반고흐를 마치 성스러운 목사님이나, 수녀님처럼 써내려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다가왔고, 낯설었고, 의아했다.

하지만, 발췌된 편지의 한구절 한구절에서 그리고, 그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마치 쇠뇌가 되듯 고흐의 따뜻한 맘이, 그의 따뜻한 언어가, 그의 따뜻한 색채가 그리고 그의 따듯한 눈길이 와닿는듯 하였다.

고흐는 성직자로서 살고 싶어 했고,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교회에서 일할수 없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대신,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이 연약하고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의무를 일깨워주기로 마음먹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그동안 그의 작품을 너무나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나로써는 기억속에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 그리고, 몇몇 작품 이외에는 무지하였던 차에, 다시금 그의 작품을 만나면서 그의 아픔과 고뇌와 의지를 느낄수 있었다.

성경을 진지하게 공부하였던 고흐는 그의 몸속에서 끓어 오르는 예술적 열정을 셰익스피어, 디킨스, 졸라등의 작품을 읽으며, 서민들을 향한 새로운 정신의 예술을 구축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책에는 작품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상황들이 잘 소개되어 더욱 고흐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쉬웠다.

'성경책과 졸라의 소설이 있는 정물화'라는 그림에서는 전에는 못 느꼈던 고흐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또한 아버지의 억압에 굴하지 않는 고흐의 의지도 느끼게 되었다.

'요람앞에 무릎굻은 소녀'라는 작품에서는 그의 연민과 사랑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낡은 구두 한 켤레'라는 작품에서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연민이, '아기를 재우는 여인'이라는 작품에서는 평범함 속에서의 고귀함을 느끼는 듯 하였다.

고흐의 작품에서 유명한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과 '빈센트의 침실'에서 나의 어렴풋한 느낌들을 정돈하게 되었다.

 

이처럼 난 전혀 다른 빈센트 반 고흐를 이책을 통해 만났다.

미치광이 정신병자가 아닌 사랑이 많고, 연민에 가슴아파하고, 평범한 농부들과 노동자속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말이다.

작가가 옮겨놓은 그의 자취속에서 난 한 아름다운 인간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