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이 있어 존재하지만, 죽음의 준비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말 워쇼 사진, 이진 옮김 / 이레 / 2007년 11월

 
요새 이상하리만큼 죽음과 노인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책은 요즈음 접했던 책들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만으로도 느껴지는 가슴 저림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머물러 있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쉽지 않은 단어이다.

삶이라는 것이 태어남과 죽음이 있기에 삶이라는 것이 규정될수 있고,

같은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죽음은 비슷한 날에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죽음 후의 삶에 대해 우리는 상상하고 믿고 있으며,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과 슬픔을 예고한다.

따라서, 죽음은 참으로 고통이며 분노이며 두려움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가 죽어가는 순간을 함께 한적이 없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모습을 잠시 보았을뿐, 죽어가는 순간을 함께 공유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몇 잃었다.

따라서, 나를 떠나간 사람들이 어떤 맘이었을지보다는 내 맘속의 슬픔이 더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책을 접하고 난후, 난 나의 죽음에 대한 그리고, 그때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수 없는 가슴속 슬픔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놀라움이 아니라, 나의 선택도 비슷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베스, 제이미, 루이스, 그리고, 잭 그들과의 간접적인 만남은 특별하였다.

베스는 죽는 순간까지 아름다움과 당당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죽음을 보라색 풍선으로 받아들이는 제이미와 분노와 좌절을 극복한 엄마 린다와 오빠 러스티의 모습에서 죽음은 혼자만의 의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나는 죽는 순간까지 당당하고 아름다울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앞에 두고 온전히 나를 가꿀수 있을까?

그 정답을 알수는 없엇지만, 죽음의 두려움으로 나를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해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제이미의 풍선이라는 그림에서 난 엘리자베스와 다른 해석을 해보았다.

고통으로부터의 탈출, 해방이 아닐까? 아이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검사와 치료가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 아이에게 죽음은 해방으로 다가올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남겨질 엄마 린다와 오빠 러스티가 다행히 좌절과 분노속에서만 헤매이지 않고,

제이미를 보낼 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만 생각해 오던 나로써는 다른 태도를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루이스.

사회복지사로서 봉사의 삶을 산 루이스.

유방암의 재발앞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하지만, 사진들속의 행복한 모습과 아름다운 모습에서 병자들에게 흔히 볼수 있는 좌절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잭 할아버지.

노인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나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여겨진다.

그에게 젊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사랑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노인으로 태어난것처럼...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고, 삶을 영위해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잭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것을 다시한번 더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나로서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것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을수 없을 뿐 아니라, 죽음앞에 두려움속을 헤맬수도 없다.

그들이 비록 시한부의 인생이라고 하지만, 시한부의 삶이지 죽음의 기다림이 아니었다.

삶이란 죽음이 있어 존재하지만, 삶은 죽음의 준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의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