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빌려줘서 읽은 책이다. 처음보다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던 책이다.
인디언과 미국역사.
예전 서부극에서 보면 백인은 정의의 편이고 인디언은 미개하고 야만인으로 쳐부수어야할 상대였다. 그러나 아직도 그러한 시각을 가진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무턱대고 백인들이 세뇌시켰던 그러한 영화를 이제 우리는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시각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일조한 책이 바로 이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은 인디언들의 "눈물의 여로"를 비롯한 '적반하장' 격의 백인들을 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 제목대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작은 나무'의 어린 시절이 꼭 나의 모습 같았고,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책 읽는 내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욕심내지 않고 자연의 이치대로 순박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 할머니. 많이 배우지도 많이 가지지도 않았지만 어린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크고 가슴 뭉클하다. 어린 손자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없이 크고 존경하는 대상이다. 할아버지가 대신 뱀에 물리고 죽을 뻔한 이야기. 고아원에 맡겨진 손자를 다시 찾아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정말 가슴 뻐근하다.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뒤를 이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목놓아 울어버렸다. 지금도 눈물이 글썽글썽 맺힐려고 한다. 이런 내가 주책스럽다.
내가 어릴 때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5학년 이후로는 방학 때도 학원간다고 못갔다.) 방학만 되면 시골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서 살았다. 거기서 산.들로 쫓아다니고 자연이라는 것을 조금 접해본 듯하다. 잠자리도 잡고 겨울에 눈왔을 때 비료포대깔고 미끄럼도 타고 놀았다. 내 반찬을 신경쓰던 할머니는 내가 고등어 한마리면 한그릇 뚝딱한다고 하시면서 그동안 반찬이 없어서 어쨋을까나 하면서 신경쓰시던 모습도 선하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니가 가운데 낀 둘째라서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아서 조부모에게 특별한 정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거 저런거 떠나서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 좋다. 요즘들어 점점 연세 드시고 늙어가시고 약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참 안쓰럽다. 얼마전에 뵜을 때 마르고 까칠해진 손을 잡아드렸다. 할아버지는 새로 해 넣은 틀이가 맞지 않는다며 잘 잡수시지 못하셨다. 그러면서 당신의 발음이 샐까봐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또박또박 말씀하시기 때문에 발음이 하나도 안 샌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맛난 거 많이 잡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