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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더 섹시하다
김순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은 아주 톡톡튀고 활기와 발랄로 가득찬 책일 것 같으나, 내용은 이와 좀 다르다.
얼핏 공주과의 여자들을 비판하고 강하고 독하게 싸우는 페미니즘 류의 책을 떠올릴 법도 하나 그 반대이다. 책 처음에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의 동화 속 공주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뒤에 곧 저자는 자신은 절대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한다. 세상을 남녀 대결구도로 보거나 여자를 희생양으로 설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더 솔직하게 페미티스트로 보여서 남자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 " 똑똑한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냐고 물으면 펄쩍 뛰며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 보기에 이 동아일보 기자의 삶은 사회에서 자기 일을 갖고 남자들과 경쟁하며 살아가며 박완서 소설속의 주인공보다 훨씬 더 페미니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무엇인가? 페미니스트가 따로 있는가? 왜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힐까봐 겁을 내는 걸까?
'남자는 절대로 이기려들면 안된다. 까짓 거 지면 어떠냐.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이 한미디야 말로 이 저자의 생각을 완전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경험과 연륜으로 얻은 삶의 지혜? 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경험해봐서 대충 결론이 그렇다는 건 안다. 그러나 거부감이 너무 많이 든다.
이 저자가 쓴 다른 내용은 그럭저럭한 내용이었지만 미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부분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자다운 예리한 지적이었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이 미국이고, 그곳에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할 것이란느 것은 쉽게 이해가 가면서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따뜻하고 부드럽기 보다는 세상을 차갑고 냉철한 눈으로 파악하면서 그 속에서 기득권을 지키며 현명하고 실속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이미 보수적이고 기득권층이 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거부감도 많이 들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교육 분야로 ' 내 아이는 내가 지키는 수 밖에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점이다. 현실에서 교육은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라 신분의 대물림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이 저자는 내아이 내가 지킬 정도의 여유가 되기때문에 저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같은 것에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내 아이는 내가 책임지면 된다라는 식이다. 저자는 그런 여유가 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만한 것일텐데, 나머지의 다수의 아이들은 누가 책임지는가? 참 씁쓸하다. 책에서 아예 대놓고 하는 이야기인 '학벌이 돈이다.' '학벌이 권력이다.' 같은 주장은 현실임을 인정하면서도 무언가 꿈을 빼앗는 무참한 말인 것 같아 참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