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아

박완서라는 작가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호감을 실망시키지 않은 작품이다. 이제 70이 넘은 이 할머니 작가의 꾸밈없고 솔직한 자서전적인 소설, 그것도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내 느끼기에 수수하고 모범생적인 이미지인 그녀의  비밀스런 첫사랑을 훔쳐보고 싶은 욕구에서 더욱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박완서라는 작가. 40이 넘은 나이에 등단하여 한국 문학계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이 어린시절부터 대학교다닐 무렵. 그러니까 6.25전쟁까지의 자신과 어미니가 주인공이 된 자서전적인 이야기라면 [그남자네 집]은 그 뒷부분부터의 자서전 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소설이라는 점은 감안해야하지만....

 

이 소설은 한편의 시와 같다. 아름다운 문장들. 줄거리보다 표현을 주로 보는 나에게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구조는 남이보기에는 아주 평범하고 불편함 없는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와 절절하고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결혼학고 나서도 첫사랑과  불륜  비슷한 것을 하는 주인공이 다른 영화나 소설과 달리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그러나 작가는 일부러 미화하려 하지 않았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붕뜨고 아련하고 애틋한 첫사랑이 생각났다. 그랬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힘든 시기에 만난 사람이라 잘 잊혀지지 않는다.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많이 힘들게하고 미워하기도 한...

 

그 애증은 지금도 계속된다. 작가의 표현대로 '불지옥같은 열정'으로 나와 그를 힘들게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다시 만난 두 남녀가 " 잘 지냈냐? 난 많이보 고 싶었는데 넌?."이라는 여자의 말에 남자주인공은 " 난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괴롭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 말 공감한다.  

 

작가의 물흐르듯이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속에서 인간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순수. 열정, 도덕, 이기심 , 현실과 이상, 그러면서도 끈끈이 이어지는 삶의 끈질김?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처럼.  내 생각하기에 작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아름다운 첫사랑을 간직한채 남보기에 평범하고 평안한 인생을 살았으니까

 

불행한 건 추억할 만한 첫사랑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닐까. 첫사랑 따위는 현실에서 잊혀져도 그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말 할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첫사랑은 선택되어 지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리얼리티. 그녀의 인생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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