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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신사냥꾼 - 상 - Arche-type(절판 예정)
윤현승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한국형 판타지는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형 판타지라고 불리는 이우혁님의 '왜란 종결자'는 보지 못해 언급하기가 그렇고, '퇴마록'은 한국형 판타지라고 하기보다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라 보는게 옳을 듯 하다. 그럼 남은건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그 뒤를 잇는 '피를 마시는 새' 정도. 하지만 이 작품도 '뫼신 사냥꾼'을 읽고 나니 한국형 판타지라고 부르기엔 많이 모자라 보인다.
자, 그럼 도대체 이 책의 어디가 어디가 '한국형 판타지' 스러운걸까?. 어설픈 실력으로 책을 분석했다가 책을 망치느니 일부분을 서술하는걸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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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가 잘려나간 첫째 귀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간신히 붙어있는 나뭇가지로 바닥을 기어 달아나려 했지만 남자는 그 귀신의 몸뚱이에서 튀어나온 뿌리 한 부분을 발로 밟았다. 사람 백 명쯤은 거뜬히 끌고 다닐 것 같은 그 덩치 큰 나무가 고작 한 사람 발에 밟힌 것 만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사, 살려주시오. 다, 다시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겠소."
낭아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사람을 먹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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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는 외국의 신화속에나 등장했던 트롤, 오거와 같은 '몬스터'가 아니라, 우리 전설속에 등장하는 나무귀신이나 달걀귀신과 같은 '귀신'이 낭아름, 동굴어미와 같은 이름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거기에 신급의 힘을 가진 귀신을 지칭하는 '뫼신'이란 존재와 어우러져 매우 한국적인, 그러기에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책의 처음을 읽고 윤현승이란 이름보다는 한국형 판타지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왔다. 그건 윤현승 특유의 '도저히 잡은 책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느끼기 이전에 이제까지의 다른 모든 판타지와 - 심지어는 작가의 전작과도 그 유형을 달리하는 한국적인 세계관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설정에 갸웃할 시간도 없이 주인공인 세희의 전투에 독자를 참여시켜, 좋게 말하면 새롭고 나쁘게 말하면 어려운 이 설정을 매력적으로 바꿔놓는건 역시 윤현승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일것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전작의 문제점으로 꼽았던 '딱딱한 대화체로 인해 캐릭터성이 살아나지 않는' 점도 크게 개선되어 몰입감을 높여준다.
중간중간 수록된 일러스트도 수준급. 일본식의 미화된 그림체도, 미국식의 극화 형식의 그림체도 아닌 한국식 수묵화와 같은 그림이었다. 표지에 그려진 굵직한 그림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났으나 중간중간 삽입된 여자그림은 어찌나 고운지. 특히 서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노라면 이 소설을 아키타입으로 출판해서 일러스트를 넣기로 결정한 대원에게 감사할 뿐이다.
단권 만 천원은 비싼가격임에 틀림없지만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는 점, 그리고 상하로 나뉘어 두권이면 끝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일단 지르도록 하자 -_-/ 이 책은 돈값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