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환담 채월야 1
홍정훈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울어봐."

"……!"

그 순간 사혁의 몸이 움찔하고 경련했다. 세건은 차가운 말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울어서 네 순수를 증명해봐."

달을 등진 채 그림자를 드리운 세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웃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곧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그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고 고고하고, 슬퍼보여서 사혁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등신아. 나는 인간 때도 울어본 적이 없어."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한발의 총성이 어둠속으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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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피날레, 한편의 시를 보는듯한 그로테스크한 씬들. 휘긴경(작가인 홍정훈 님의 애칭... 이라고나 할까요;) 은 확실히 "물이 올랐다." 화려한 액션씬은 정맥을 타고 오르는 비트가 되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나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더 로그 리뷰에 '액션에만 치중하고 뒷심이 약하다' 고 휘긴경을 평한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단점은 '잊어라.' 물론 그 전의 글이 액션에만 치중하지는 않았다. 도둑맞은 자아 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더로그와 비상하는 매, 그리고 공장무협의 현주소를 꼬집은 흑랑가인. 모두들 문제의식을 가지고 냉철한 눈으로 서술해 나간 것이다. 고명으로 얹어진 액션이 메인디쉬의 맛을 가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라고 말할수 있다. 자의아닌 자의로 흡혈귀 사냥꾼이 되어버린 세건. 자신이 벌인 살육에 피를 토하며 구토를 하던 세건은 자신의 살육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끊임없이 자신의 증오를 키워가다 먹혀버린다. 점점 황폐해져가는 세건의 마음을 보여주는 화 몇몇개는 비록 액션에서는 멀어졌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심리묘사를 보여준다. 후반에 가서도 마음에 든다. 파국이 상당히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마지막의 스토리도 꽤 충격적이었다.

이 책은 책 전반에 광기를 품고 있다. 악과 독으로 물든 주인공의 모습은 표지와 꽤나 흡사한 모습일것이다. 그 광기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맛보지 못한 분이면, 세상을 향한 이유없는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라면 이 책에 거부감을 느낄수 있다. 아니, 느껴야 정상이다. 그래야 이 음울한 책이 광신처럼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많이 팔리지는 못했지만(아직도 아리송한 부분이다. 왜 그랬을까-_-?) 그에 비해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광기와 피로 점철된 한권의 음울한 책. 나는 이 책을 그렇게 설명하고 싶다.

사족이지만, 이 책이 좀더 major 한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오탈자도 훨씬 줄고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이 글이 프리스트, 혹은 헬싱과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잘 읽고나 그런 말을 해주기 바란다. 전혀 다른 글이고, 비교할수 없는 글이다. 엘프와 드워프 나와서 티격태격한다고 같은 판타지가 아닌 것처럼. 삼각관계 나온다고 다 같은 연애물 아닌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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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므 2004-04-1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홍정훈님의 소설을 좋아하고 거의 찾아서 본다고 봤는데도 '월야환담 채월야'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패러디는 몇편 보긴 했지만 원작을 모르는 상태라...
빨리 구해서 읽고 싶긴 하지만... 쉽지 않군요. *^_^*

風月樓主 2004-04-11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월야 끝까지 읽고 실망한 사람 거이 못봤어요 ^-^
알라딘에서 사시면 저렴한 가격 42,000 !!! -_-;; 쿨럭;

아버지의똥 2005-04-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프리스트와 헬싱과 비교할 수 없는 글이라..
물론 채월야도 명작이지만..
어째 프리스트와 헬싱이 졸작이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려

風月樓主 2005-04-1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음악과 책을 비교하지는 않습니다.
비교할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똥 2005-05-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바로 꽂히는 비유..orz
죄송합니다

바퀴벌레 2007-08-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싱/ 프리스트와 비유하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액션 씬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