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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87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이 글의 주인공인 지로를 잘 살펴보자. 지로는 하라는 일은 안하고 잠만 잘 뿐 아니라, 툭하면 술과 경마에 빠져서 돈이나 날려먹는 엄~ 청 난 불량 사원이다.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천재적인 미각과 그를 뒷받침하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지식들. 그리고... 의외로 넓은(?) 연줄. 그것이 다다. 한마디로. 주어진 일은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그가 짤리지 않는 것일까? 그가 실제적으로 회사에 도움을 끼치는 일이라고는 완벽한 메뉴라는 특별기획한 프로에 글을 쓰는 것과(그것도 하기 싫어하다가 자신의 아버지와 대립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심히 한다.) 회사에 중요한 손님이 생기면 접대하는 일 뿐이다. 그렇다. 실제로 회사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접대'이다.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아는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곳에 나온 일본의 접대문화 - 공적인 일이라면 돈에 연연하지 않고 팍팍 쓰는 그런 접대문화 - 에 지로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이유로 지로를 자르지 못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왜냐면 음식이라는 형태로 상대에 딱 맞는 완벽한 접대를 해 내니까. 하지만, 미국식 경영(실력=연봉) 인 사회에서는 지로는 정말 무능하기 짝이없다. 음식점이라도 차리면 모를까.
그가 일하고 있는 '동서문화사'의 사장은 맛있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친구가 경쟁사의 사장이라는 이유로 발끈해서 신용을 깍아먹고는 지로를 시켜서 항상 무마시킨다;; 거기다 다혈질에... 어떻게 사장이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한 인물이다. 혹시 이사람도 전쟁이 길러낸 졸부는 아닐까? 먹을것만 밝히고, 그가 일하는 장면은 만화에는 한번도 안 나온다. 역시, 잘노는 상사가 멋진 상사라는 일본식 경영관이 길러낸 캐릭터 일지도 모른다.
후쿠이 차장은 더욱 미스테리우스한 인물이다. 말을 함부로 해서 중요한 거래를 망치고, 술마시고 상사에게 깽판치는 것도 예사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로의 힘을 빌어서 항상 모든 문제를 얼렁뚱땅 무마시킨다. -_-a 지로는 접대하는 능력이라도 있지. 정말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고도 승진이 안된다고 항상 툴툴툴... 일본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차마 이 사람을 짜르지 못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역시 먼나라 이웃나라의 영향이다;;) 그렇게 문제를 일으키고, 부하직원에게 화면 내도 항상 부하직원이 그를 돕는걸 보면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라도, 너무 무능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불량사원임에는 틀림없다. 근데 왜 안짤리는 건가?
요리만화에서 일본의 문화를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교수님께서도 이 만화를 토대로 만화를 그리신 걸까;;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유없는 증오 같은 세밀한 것까지... 그리고 유미리씨가 나올때는 정말 놀라웠다 ;ㅁ; 단순한 요리만화를 뛰어넘어 80권 넘께 롱~런 하고 있는 이유를 살며시 읽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사람이 살다보면 돈이 필요할때가 생긴다. 그때, 가장 쉽게 줄일수 있는게 뭘까? 바로 식비다. '면식수햏'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한끼에 200원으로 때울수도, 혹은 한끼에 20,000원으로 때울수도 있는 것이 바로 식비다. 하지만... 지로네 집이 처한 상황을 보면 엥갤지수(생활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이 높다-_-;; 과연 우리가 저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난 자신없다(어이-_-;) '초밥왕' 혹은 중화일미 같은것은 현실성이 없어서 그냥 침만 넘기고 포기하게 하는데... 이 만화는 왠지 할수 있을것 같이 꼬시면서 서민들의 가슴을 긁는다. (무공해 쌀이라니! 그 비싼걸 ㅜㅜ) 그리고, 이 만화의 가장 큰 문제라면... 너무 많은 문제가 '맛있는 음식' 이라는 한마디로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점이다. 과식을 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면 더 잘 먹어야 정상 아닌가? 툭하면 음식대회를 열어서 승부를 내버리는 다른 만화와는 다른 모습도 보였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