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다. 그런 상대 앞에서는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모두 잊을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지하철에서 잠시 짬을 내어 읽은 '무소유'는 친구를 만난 느낌을 주었다. 무소유 내의 단편인 무소유 자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내가 깨달은 작은 진리를 또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적극적인 의지의 결핍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무소유' 편을 비판하는 글을 본적이 있었다. 그는 무위자연을 비판하며 관리의 문제점으로 '난'을 주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법정스님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진정한 대도(大道)를 걷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도 나름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는걸 알고 미소지을 뿐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을 하나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기전까지만 해도 가지고 싶고, 있으면 좋을것 같고, 가격이 부담되고, 보관도 부담되고, 정말 좋은 것일까 고민도 되어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알라딘을 알기전에는 학교를 왔다갔다하며 서점에서 한시간씩 책 표지만 보는것으로도 사고싶은 욕망이 목끝까지 튀어나왔다. 하지만 막상 사고 나면 그 설레임은 줄어들게 된다. 두근두근했던 기대에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바로 실망하고는 책장에 꽃혀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사지 않으면 점점 가슴이 뛰어 나중에는 무조건적인 탐욕으로 변해버린다. 쇼핑중독이라는 것이 이것 때문일까 싶다.

조류독감이 걸리면 죽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왠지 닭이 먹기 싫어진다. 실제로는 고온에 튀겨 걸릴 위험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찝찝함은 어쩔 수 없게 된다. 아에 처음부터 몰랐다면 안심하고 먹었을 것을. 아에 그런 물건이 있다는 존재를 몰랐더라면 욕심도 나지 않았을 것을.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건 이런 진리를 깨달은 사람의 전유물이다.

가지지 않으므로, 그 물건에 대한 존재를 아에 모름으로 마음이 편해질수 있다. 행복은 유(有)에 있는게 아니라 버리는 무(無)에서만 찾을 수 있다. 알게되면 어떻게든 그 생각에 젖어 마음을 편히 지닐 수 없다. 지하철에서 엄마품에 고이 잠긴 아기의 모습을 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기의 모습이 진정한 무의 모습,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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