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종결자 발틴 사가 1 - 귀환
홍정훈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오직 위대한 영광만이 너의 박해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특히나 그 책의 작가가 천재적인 광기의 눈을 번뜩이며 독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성깔있는(!) 그런 작가일때는 더욱. (휘긴경 광신도랍니다. -_-/)

휘긴경이 폭풍같은 연재로 채월야를 끝낸후에, 비상하는매 2편이냐 13번째 현자 완결이냐 월야환담 창월야냐 더로그 2편이냐, 허공도 완결이냐 등등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던 시절. 갑자기 '제여창검, 하여참마'의 깃발을 들고 아프에릴을 서성이던 Valtain, The demiourgos 가 툭 하고 떨어졌다. 페인트레이스(Pain Trace)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기술을 지닌 발틴은 그렇게 우리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름을 부르면 머리가 청람색으로 변하며 신위(神威)를 얻는 흉신. 대지조차 거부한, 인간이 모두 두려워 하는 그런 흉신인 발틴. 실은 처음에 이 바보같은 주인공의 비정상적인 협행(俠行)에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좋은 녀석은 절대 되지 않는다. 수없이 도가경전을 읽고 또 읽어 '티끌과 천하를 하나로 보는 마음'과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물같은 마음을 지니는 길' 이라는 지극한 경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절대 실천은 못할 성미를 지녔다. 친구들의 수없는 장난에 물같은 마음으로 실실 웃다가도 갑자기 화가 불쑥 솟아올라 찬바람 휘날리는 밖에 맨몸으로 나가 화를 삭이곤 하는 나이다. 그런 나이기에 발틴의 이런 비정상 적인 협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도 목숨을 다 바쳐 무조건적인 이해와 도움을 주는 그 모습이!

하지만, 발틴의 스승이었던 맥카난의 한마디는 나의 가치관마져 흔들어 버렸다. "오직 위대한 영광만이 너의 박해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 이 한마디를 영웅의 길로 해석하고 협행을 벌이는 발틴. 그랬다. 남을 미워해서는 발틴은 죽을때까지 흉신으로 남아야 한다. 한 사람이 돌을 던지면 그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힘을 탐한 인간이 이름을 부르면 값싼 기적을 일으켜 그 신위로 다른 사람을 괴롭혀야 한다. 하지만, 미련하리만큼의 위대한 박애가 그를 흉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지마져 그를 인정해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하였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악을 악으로 상대하는 자는 선으로 상대하는 자보다 마음이 넓지 못한 사람이다. 발틴의 무조건적인 박애가 미련스러워 보인 것은 내 마음의 수양이 얕음을 증명한 셈이 되어 버렸다.

이런 주인공 말고도 휘긴경의 그 유려한 문체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장이 끝날때마다 나오는 고풍스러운 문체의 서사시는 모으면 하나의 시가 되지 않을까. 무리없는 인물묘사. 정교하게 묘사된 종족들의 특성과(맨날 엘프와 드워프나 울궈먹는 소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개의 세계의 대치 그리고 5종류의 금속이라는 설정. 매력적인 주인공의 탄생만큼이나 무리없는 상황설명과 묘사는 '역시 홍정훈!' 이라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호쾌한 액션도 빼놓을 수 없는 발틴사가의 특징이다. "울부짖어라! 제스터!" 이말과 함께 나오는 신권(神拳), Howling of Zester. 맨주먹으로 수만근의 물을 되돌리는 무지막지한 그 장면. 한편의 영화로도 표현못할 그 광경을 나는 상상이라는 캔버스에서 마음껏 그릴 수 있었다.

부제인 창세종결자는 아직 발틴이 있는 이 세상이 완전하지 못함을 의미하며, 또한 발틴이 세상을 완전하게 할 창세종결자의 사명을 타고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염마염동이라는 비술과 오르크족 왕가 비전까지 얻은 발틴. 그가 파괴왕의 그 심복들의 손아귀에서 창세를 종결시킬수 있을까? 그날을 나는 목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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