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SF 시장이란건 거의 죽다시피 한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까지 올라간 SF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베스트셀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심지어는 포스트 아시모프 소리까지 간간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 지인이 책을 가지고 있어 한번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나서 느낀건, 이 책은 소름끼치도록 잘 쓴 책이지만, 마케팅의 힘 없이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 책이라는 것이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테드 창의 처녀작 바빌론의 탑은 그나마 읽기 쉬운편에 속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뼈속까지 공대생이라고 자부하던 본인도 너무 막 나가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드코어하다.
하드코어SF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테드 창이 서술해 나가는 인간 군상은, 그가 제시한 모든 SF 적인 설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공감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뒤에야 소설속 주인공은 생명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개념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짤막한 지식만으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친절한 아시모프의 글과 비교하면 그런 이질감이 더욱 심화 되는데 이해, 네 인생의 이야기가 특히 심하다. 나머지도 상대적으로 쉽기는 하지만, 장르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스토리텔링을 취하고 있다. 장르문학을 잘 보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독창적인 세계관을 주입하는 서술방식은 단순한 설정 나열로 인한 지루함을 없에기 보다는 글의 이해도를 떨어트린다. (지인도 공대생이었지만 책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런 고난을 지나면, 무지막지한 작가의 역량에 빠져들어 그가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주민을 만나는 일만 남았다. 단지 그 SF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일 뿐인데, 그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라 책이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을 지녔다.

바빌론의 탑은 아래로도, 위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고공 생활을 그리고 있다.
이해는 약물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 사람의 사상을 그린다.
영으로 나누면은 수학에 탐닉하다 일반적인 분별력을 잃어버린 사람을 묘사한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외계인과의 접촉을 통해 인과론이 아닌 목적론 적인 사고방식을 하게 된 사람의 심리를 그린다.
일흔두 글자는 골렘이란 소재에서 생명윤리를 논한다.
인류과학의 진화는 인간이 진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기존 인류와는 어떤 관계일지를 묘사한다.
지옥은 신의 부재는 무엇이 신앙인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제시한다.
외모지상주의의 소고는 사람의 미가 없어진 세상을 묘사한다.

이렇게 테드 창은 기존 SF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물리와 수학의 범주를 가볍게 넘어 생물학, 언어학, 신학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을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 또한 천재의 증거라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테드 창은 천재다. 하지만... 천재의 말은 범인이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별점은 “난 재밌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책이라는 이유로 4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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