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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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라는 것은 작가가 심장에서 피를 내어 뜨거운 가슴으로 감정을 기록한 물건이라던가 차가운 머리속에서 상념을 엮어 뭉친 물건으로 취급할수도 있지만, 몇 안되는 활자의 모음으로 폄하할수도 있는 물건이다. 

그래서인지 창작물 중에서 저작권의 개념이 가장 희미해, 조금만 손품을 팔면 멋진 그림과 음악을 곁들여 시를 보여주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DVD 케이스만도 못한 작은 시집에 돈을 들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사랑하게 된다면,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이다 안개속 누군가가 문득 던진 '널 사랑해 본적은 있었느냐'는 말에 가슴이 아려온다면 어쩔수 없다. 가슴에 서늘한 비수를 꽂은 그 잔인함에 소유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 책을 사랑하려 한다면...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책장 가장 깊은 곳에 숨기고, 머리속 가장 깊은 곳에 이 시를 묻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노라 속일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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