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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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이서수.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이렇다.
한국소설 어떤 걸 읽을지 고민하는 이웃에게 수상작품집 같은 걸 읽고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아보세요, 조언하고는 뭐여 정작 나는 너무 오래 새 작가들을 안 찾아 나섰다 고였다 싶었다.
문득 작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읽은 친구가 이서수 소설을 보니 내 소설 생각이 났다 어쩌구 그래서 그땐 잊고 있었는데 그게 이서수가 맞았나? 친구에게 다시 물으니 몰라, 기억 안 나, 다 까먹었어, 친구는 이제 공부하느라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 놀라운 삶을 산다.
2021 수상집을 보려다가 대상 작품을 포함한 이서수의 새 소설집을 전자책으로 미리 질러버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한 번도 안 읽은 작가 휙 질러버리고 읽는 내내 후회하는 거 아닐까. 정작 소개해놓고 잊어버린 친구새끼를 욕하는 건 아닐까.

다른 친구에게 켄트 하루프의 소설 설명을 했더니, 몇 줄 듣기만 해도 뭔 소설 말하는지 알겠네, 해서 내가 설명을 잘해서 그래, 했다. 정말 그 소설이 맞나 걱정되서 구글에 켄트 하루프를 쳤더니, ‘밤에 우리 영혼은’이 이서수의 인생책으로 소개된 페이지가 보였다. 이서수의 인생책이래, 했더니 이 친구는 이서수를 안 읽었다고 해서 더 불안해졌다. 나는 위대한 한 걸음을 외로이 내딛어야 하는가…

전자도서관을 뒤지다가 2022수상집을 찾았는데, 여기 이서수가 작년 대상 수상자 지위로 자선작 내놓은 것도 있고, 수상작가들 보니 모르는 작가 아는 작가 골고루여서 한 번 보기로 했다.

결론은, 나는 읽지 않고도 내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찾았고 ㅋㅋㅋ 수상작품집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든 건 올해 수상작이 아니라 마지막에 실린 작년 수상작가의 소설이었다. 밑줄을 얼마나 벅벅 쳐놨는지. 소설집 재밌겠다!!! 아이 신난다!!!! 그런데 나보다 만배는 잘 쓰는데 너는 왜 내 생각을 했니? 그리고 잊어버렸다고???이새끼가…

-김멜라, ‘제 꿈 꾸세요’
21년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읽고 더는 최신 신예작가들 작품을 안 찾아 읽었었다. 거기서 김멜라의 소설은 아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다뤘던 것 같다. 기억 잘 안 나… 여성과 여성의 사랑,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고독사를 다뤘다. 첨예한 지금의 문제들 잘 가져다가 쓰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사람 얄밉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가 썩기 전에 나를 찾아줄 사람 꿈에 나타나려고 길잡이 따라 죽은 이가 나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그런 내린 눈처럼 보송보송한 이야기도 뭐 필요는 하겠지. 나는 필요 없어!!!!!!! ㅋㅋㅋㅋㅋㅋ
김멜라의 자선작으로 실린 ’메께라 께라‘는 더 동화였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엄마가 동생 낳는 사이 제주도에 있는 할아버지 사는 오름에서 노인들하고 신나게 놀다 집에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었다. 소설이랑 작가랑 동일시하는 거 제일 바보짓인거 알면서도 작가 이름도 특이하니 뭐 재일한국인 작가라도 되는가? 아님 제주 출신? 하고 프로필 검색했다가 에에이 서울출생 본명은 김은영이래...하고 그냥 일본 좋아하나 보다 작가들은 일본 여행 하는 소설을 참 많이들 쓴다 나는 오키나와 밖에 안 가봤다구…

-김지연 ‘포기’
김지연 소설도 젊작에서 보고 그땐 너무 별로네...했는데 돈 떼먹고 도망간 전남친 때문에 힘든 사촌형제 지켜보고 양꼬치 먹는 이야기는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다. 조금 더 읽어 볼만 할란가…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 소설가는 할머니 나오는 소설에 재미들었냐...싶게 이번 소설에는 애들 맡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거부한 앵무새 맡는 할머니가 나왔다. 그래도 비교적 젊은 작가들 중에선 제일 할머니 소설 잘 씀…. ㅋㅋㅋㅋㅋ진짜 할머니 되면 완전 할머니 소설 장인되겠음…

-위수정 ‘아무도’
아 이건...내가 뭘 읽은 거지… 다른 남자 좋다고 별거 하고 나와서 정작 좋아하는 남자는 쌩까고 혼자 살게 된 여자는 자기 아빠랑 밥먹고 달리기 하고 혼자, 별거 중인 남자랑 아이스크림 먹는다. 우린 별로 맞지 않겠군요.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팬데믹 시대에 관해 소설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박상영 소설까지는 그럭저럭 읽었는데, 이 소설 속 갈등과 다친 마음, 그러니까 우리 끼리 아자아자 하던 언니들이 코로나 옮기면서 틀어지는 이야기는 비장한 이야기인데도 나는 자꾸 희극적으로 읽혔다. 미안해… 각자가 겪은 팬데믹은 너무 다르고, 계층화 되어 있고, 감염시기에 따라 너무너무 다르다. 나는 진짜 늦게 걸려가지고, 게다가 직장 안 나가던 시절이라 격리 시설도 나라에서 막 전화로 체크하는 것도 전혀 부재인 때를 보내고 집에서 그냥 타이레놀 먹고 처박혀 있었어서… 그래서 팬데믹에 대해 쓰는 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주혜 작가님 단편소설은...우린 정말 맞지 않아 유감입니다…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한센인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갑자기 떨어진 월 오백만원의 무노동 소득.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많이 흥미로웠고 외할머니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미묘하게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나오는 같은 이름의 두 아이 이름이 내가 딸에게 지어준 이름이라 히히, 역시 많이들 픽하는 이름이로군, 홍상수보다 내가 먼저였어...하고 괜히 흐뭇했음...

이서수 ‘연희동의 밤’
3년 전에 연희 문학 창작촌에 들어가 있던 친구가 김초엽도 있다길래 몰래 딱밤이나 때려주고 도망치라고 했었다. 그 친구는 이번 여름에도 같은 곳에 들어가 망한 사랑에 대해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돈이 없어 먼 곳의 사람을 만날 비행기값이 없어 헤어지는 마음이 어떤 일인지 짐작도 못할 일인데 그 소설이 완성되면 읽고 짐작해 봐야겠다. 그리고 가장 해피엔딩은 그 소설이 어디 창작기금이든 문학상이든 타가지고 상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다시 외국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닐지…
친구가 연희동 있던 시절에 나는 신촌의 문화센터에 소설 강좌를 수강한다고 다녀서-강사인 소설가 선생님은 친구가 대학 다닐 때 배웠던 선생님인데 잘 가르치신다고 해서 굳이 찾아갔던 거였다. - 하여간에 저녁 늦은 강의 전까지 비는 시간에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신촌 인근을 돌아다녔었다. 그러니까 나는 연희동에 지내는 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연희동은 못 가봤다. 이서수가 소설로 끌고 다녀서 대신 다녀봤다. 신촌이랑 별 다를 거 없네… 그렇지만 이 친구는 정작 이서수를 안 읽었대고 나는 이제 읽었고 또 읽을 것이다. 결국 걱정은 괜한 것이었고 이 수상집 안 읽고 바로 단편집 읽어도 됐겠다 ㅋㅋㅋㅋ건진게 많이 없다 ㅋㅋㅋ여러분 이서수 같이 읽읍시다ㅋㅋㅋㅋ


+밑줄 긋기
-내가 꿈을 포기한 날, 이 세상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남겨두려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언니가 썼던 각본에도 저 따위 대사가 많았다. 그러니 한 번도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없지. 언니의 각본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더라면 비웃음을 사는 것으로도 모자라 짤방 이미지로 숱하게 소비되었을 것이다. 나는 언니의 감성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언니를 보며 인간의 오만 가지 감정을 단 두 가지로 정리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고 싶은 마음.

-선생님은 왜 하필 술집에서 글을 쓰세요? 안 시끄러우세요?
난 시끄러워야 글이 더 잘 써져.
저는 그런 사람 미워요.
뜬금없는 말에 은단 씨와 나의 눈이 동시에 커다래졌다. 시끄러운 곳에서 글을 잘 쓰는 것이 왜 미움받을 일이지.

-언니가 으깨어 놓은 두부가 우리의 으깨어진 꿈 같았다. 언니의 으깨어진 사랑 같았다. 언니의 으깨어진 각본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없는 각본을 쓸 수가 있지. 나는 지금도 그게 가장 큰 의문이지만, 언니에게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나는 언니를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했으니까.

-노래가 끝나자 언니가 말했다.
이 노래를 들으니까 내가 시대의 등불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언니의 말에 웃지 않았다. 시대의 등불이라니……. 나는 언니를 마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제 그 등불은 꺼졌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알았어. 나도 족쇄를 찰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에서 20세기의 전쟁이 반복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21세기에 져서 꿈을 버린다. 둘 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믿기 힘든 두 가지 일이 우리의 발밑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모두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한 가지만 떠올랐다. 나는 나를 착취해서 부자가 될 것이다.
(이서수, ‘연희동의 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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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8-11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김멜라 작품만 읽어봤네요.젊작상에도 수록되어 있었거든요.저는 귀여운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열반인님은 역시 별로셨군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4:32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어린아이 화자인 소설들도 곧잘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꺼리게 되는 화자나 호칭이 있습니다. 너는- 하는 제가 너인칭이라고 하는 소설이랑, 동물 의인화한 화자, 다 늙은 작가가 어린이 화자 흉내내는데 그게 정교하지 못할 때 (정교해도 뭔가 어느 순간 빈정 상할 때 ㅋㅋㅋ),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 초점화자로 진행할 때,(반대로 내가 그렇게 쓴 거도 누가 보면 이상하다 할건데 ㅋㅋㅋ) 점점 까다로워 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