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80815 김영하
십 몇 년 전 처음 읽어 본 김영하의 책이었다. 못 해도 세 번은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으니 또 새롭다. 씁쓸한 얘기들조차 꽤나 발랄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신부인 친구와 그의 연인이던 미경 곁에서 그들을 그림자마냥 지켜보던 소설가 이야기. 자체발화로 죽은 미경의 남편. 새그림자 이야기가 좋다. 나한테 새그림자는 추락하는 물체의 환영 같은 불안과 공포인데.
오빠가 돌아왔다-내용은 전혀 관계 없지만 w whale이란 그룹이 같은 제목의 씨크한 노래를 만들었었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랄까. 화자는 중1소녀, 아빠를 패는 오빠를 패는 엄마를 패는 아빠라는 이상한 먹이사슬 밖의 엄지공주 같은 나와 새언니라고 부르기 싫은 미성년 쌈마이 오빠의 연인과 엄마의 귀환과 야유회. 구질거릴 수 있는 설정을 뭐 하나 귀엽지 않은게 없이 그렸다. 재주 좋다.
크리스마스 캐럴-돌아온 재독 교포 환경운동가(로 오해 받은 녹색당원) 진숙의 죽음과 젊은 날 그녀를 쉽게 생각하며 공범의식을 느끼던 세 놈팽이 이야기. 죽인 건 실제로 한 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세 놈인 역설
너를 사랑하고도-수영장에 벌거벗고도 모른 채 들어온 아줌마. 비슷한 일이 많은지 예전에 고은이가 자기 수영장에서도 왠 남자가 그러고 수영장에 들어와서 난리난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걸 목격하고 중학 동창을 만나 수영강사의 메신저도 하고 동창이 죽은 줄 알고 확인 전화했다 안도하는 영쑤.(돈두댓 영쑤) 영수의 중학동창 인숙은 의원 보좌관과 불륜을 하다 헤어지고 일기장을 오려버린다. 영수의 마지막 넋두리 뭔가 나아지겠지 쩜쩜은 어휘의 숲 어쩌구만 봐도 딱 소설가의 한탄을 취준생한테 갖다 붙여놨구나 싶었는데 작가가 후기에도 다시 써놨다.
이사-거처를 옮기는 번잡함, 그 중요한 하루에 이상한 일꾼을 만나면 생길 수 있는 불편함. 정말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않을까 싶게 생생하게 썼다. 가야토기와 유령 닮은 일꾼. 황사.
너의 의미-충무로 낭인 자칭 감독과 신인소설가의 동상이몽.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녀가 바뀌지만.
마지막 손님-짧다. 여고생 시체모형 만든 남편과 아내, 이를 보러 온 감독. 마지막 손님은 감독인가 남겨진 시체모형인가. 새해 마지막 날 이야기이고 실제 신문의 12월31일에 실린 소설이다.
보물선-얼마 전 들썩였던 보물선 코인이야기와 꼭 비슷한 작전주+사기 이야기다. 본의 아니게 사기꾼이 된 형식은 정말 믿고 벌인 일이지만. 광화문 앞 충무공 동상은 사실 또요토미 히데요시다. 라는 괴담?을 진짜 믿어버린 사내와 그를 이용하다 다 얽어들어간 잘 나가는 악당이야기. 소설이니까 상상력으로 동상도 폭파시키고 다시 세우고 참 좋다. 하하. 왜 시원한지는 모르겠다. 현실에서 부숴진 무역센터도 나오는데 소설과 달리 실제 부숴진 건물은 쉽게 다시 세울수도 없고 죽은 사람도 너무 많고. 왜곡된 채 확고해진 신념이 만든 테러리스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현실은 외려 악당들이 테러를 이용해 정치도 좌우하고 무기도 많이 팔아먹고 전쟁까지 일으켰는데.

잘 읽었습니다. 신작도 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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