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장 넘은 가지
김영호 엮음 / 아가페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담장 넘은 가지》 김영호 엮음 #아가페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종도 문화도 다른 낯선 땅에 터전을 잡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간다는 것. 켐브리지연합장로교회(켐연장)는 지난 30여 년간 유학생과 연구원, 이민자들을 말씀과 기도로 훈련하며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 왔다.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구원하고, 훈련시켜 세상으로 파송하는 교회다.
해외에 있는 교회에는 유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정이 들고, 이제 막 공동체 안에서 자리를 잡아 갈 때면 학업을 마치고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사람을 세우는 일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클 텐데도 그들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낸다. 교회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섬기도록 보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담장 넘은 가지’의 의미이다.
이 책은 김영호 목사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교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을 고백하며 공동체가 함께 일궈 낸 신앙의 시간을 들려준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고, 서로를 세우며, 각자의 자리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척 멤버인 배용수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병명조차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뒤 제대로 진단받고 6개월 만에 나았다고 한다. 삶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내가 생각한 시기나 방식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고 있다.
정용근님의 솔직한 고백도 좋았다. 지식이 많고 질문이 많은 사람일수록 납득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의문만 품다가 끝나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나 역시 모든 의문에 명쾌한 답을 얻어야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언기도를 하거나 하나님의 직접적인 음성을 들은 경험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삶이 하나님의 이끄심이 아니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당장은 알 수 없던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믿음이란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야 갖게 되는 확신이 아니라, 아직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교회는 사람을 모으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누군가를 섬기게 해야 한다. 한 교회에서 시작된 작은 시냇물이 여러 사람을 통해 강을 이루듯, 신앙의 열매는 교회 담장 안에서만 맺히지 않는다. 담장을 넘어 뻗어 나가는 가지처럼 각자의 삶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 이 책은 한 공동체가 오랜 시간 사람을 세우고 보내며 만들어 낸 신앙의 기록이다.